'백민구절초연구소' 정규원 대표

건강 때문에 귀농 후 구절초 연구가 변신
회복 후 상품 개발 매진…마을기업 선정
에코화분 키트로 에너지챌린지 최우수상

백민구절초연구소 정규원 대표 <사진 오진영 기자>

[충청매일 최재훈 기자] 살기 위해 서울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청주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귀농’을 꿈꿔 왔던 건 아니었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병으로 인해 건강이 안좋아지면서 그가 선택한건 시골로 보금자리를 옮기는 것이었다. 정규원(54세) 백민구절초연구소 대표의 귀농은 이렇게 시작됐다.

"귀농을 생각지도 않고 있었죠. 치료를 위해 여러 병원을 갔지만 병명조차 알지 못해 답답한 마음이 컸어요. 마지막으로 선택은 시골에 몸을 맡기는 방법 밖에는 없었어요."

그의 귀농 결심은 쉽지 않았다. 서울에서 10년을 넘게 운영하던 사업을 접고 새로운 길을 나아가야 했다. 아내의 반대와 아이들의 교육까지도 생각해야 했다. 다행인건 아내가 동행을 자청하면서 상황은 빠르게 흘러갈 수 있었다.

"홀로 내려와 병을 치료할 생각을 갖고 있었죠. 반대할 줄 알았던 아내는 가족은 함께해야 한다며 큰 결심을 해줬어요. 생각해보면 아내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정 대표는 6개월 간의 귀농교육을 받으며 귀농 생활을 준비했고 어머니 고향으로 인연이 있던 청주시 문의면에 자리를 잡게됐다. 처음에는 몸의 병을 고치기 위해 내려왔지만 그는 마음 병도 큰 상태였다.

"자기 몸조차도 관리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 실패한 인생이라며 자책했던 적도 있었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당장 농사를 시작할 생각이나 여유가 없었어요. 초기에는 마음과 몸의 회복을 중점을 뒀어요. 조그만한 텃밭 농사부터 시작하게 됐어요."
 

백민구절초연구소 정규원 대표와 강광선 팀장 <사진 오진영 기자>

3년 여간 치료에 집중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몸과 마음의 병을 조금씩 회복하면서 농사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가 선택한 작물은 구절초였다.

"구절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귀농 전 할머니 산소를 벌초하다 주변에 버려진 구절초를 모아 술을 담근 일이 계기가 됐다. 이때부터 구절초에 대한 연구를 했고, 밭에 옮겨 심고 조금씩 재배하기 시작했어요."

이후 텃밭농사로 구절초를 조금씩 재배한 정 대표는 2015년 약 4천평까지 규모를 늘렸고 구절초 재배와 가공 교육에도 많은 시간을 들였다. 2015년 백민구절초연구소를 열었다.

"처음부터 많은 일을 생각했던건 아니었다. 운동을 하면서 금방 나아질 줄 알았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았고 통증을 잊기 위해 많은 일을 하면서 오히려 몸이 많이 좋아졌다."

정 대표가 구절초에 대한 사업을 확장하고 재배량을 늘렸지만 쉽지 않았다. 수해와 멧돼지와의 만남(?) 등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농작물 재배라는게 손 쉬운게 없고 알다시피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요. 구절초를 재배하기 직전에 멧돼지로 인해 피해를 입어 속상한 적도 있었어요. 수해로 인해 한해 농사를 접어야 한 적도 있구요."
 

백민구절초연구소 정규원 대표 <사진 오진영 기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건강을 되찾은 정대표를 막을 수 있는 장애물은 없었다. 건강을 걱정해주던 친구들과 마을 어르신들을 초청해 구절초 축제도 열었다. 다시 태어났고 건강에는 더 이상 문제가 없다고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정 대표는 연구소에 이어 2017년 가내수공업 형태의 가공공장을 설립했다. 이외에도 시농기센터 등의 지원으로 구절초 꽃차 전용 건조기도 6대나 설치하면서 본격적인 상품 개발에도 나섰다.

"처음에는 조청만 생산했었죠. 생각보다 주변 호응이 좋다보니 생산량을 늘리게 됐고 현재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꽃차, 모종, 농축액, 체험상품인 에코화분을 만들게 됐어요."

정 대표의 도전이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면서 2020년 행정안전부에서 마을기업 인증에 신청했고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선정되면서 주민들이 함께 모여 회의를 하던 중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의견이 나왔고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게 됐다.

"마을기업이 됐으니 사회계획을 논의해보자면서 마을주민들이 모여서 구절초를 삶고 남은 것이 향이 나는데 농업 부산물을 업사클링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최근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아이템이 될 거 같다는 판단이 들었죠."
 

대청호 에코화분 재료 <사진 오진영 기자>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구절초와 관련된 제품을 생산하는 접근과는 달랐다. 쉽게 말해 새로운 사업을 창업하는 일이었다. 많은 연구 끝에 결국 구절초 에코화분 키트를 만들었다.

"사업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구절초 조청이나 꽃차를 만드는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업으로 새로운 사업으로 볼 수 있었죠."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겠다는 정 대표의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 2022년 청주시농촌신활력플러스 에너지챌린지 아이디어에서 대청호 에코화분 키트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정 대표의 상품 개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구절초를 재배 후 나온 농업부산물만으로 제작했지만 마을에서 나오는 농업부산물을 첨가해 제품을 만들었다.

"초기 에코화분에는 구절초 건지만을 넣어 만들었는데 마을에서 나오는 다른 농업부산물을 보면서 첨가해 제작하게 됐죠. 현재는 포도전지목, 억새, 왕겨, 황토, 닥나무 섬유 등이 함께 들어가면서 총 6가지로 제작하고 있어요."

에코화분 키트는 좋은 호응을 얻으면서 학교와 기업 등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체험강사를 양성하고 있고 지난해 300여명이 체험을 했다. 정 대표는 올해 4천 여명의 체험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청호에코화분 키트 체험강사를 현재 양성하고 있어요. 올해에는 충북교육청 등과 협약을 통해 학생들도 탄소중립 실천을 체험할 수 있는 교구재 역할이 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어요."
 

대청호 에코화분 <사진 오진영 기자>

정 대표는 대청호 에코화분 키트가 단순 체험 키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전국에서 찾는 공예품으로 발전을 꿈꾼다.

"아직 생각하고 있는 일이 많아요. 화분의 역할 뿐만 아니라 공예품으로서 대중적인 상품을 개발해 청주공항, 청주버스터미널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서울터미널, 인천공항에도 에코화분을 알릴 수 있는 것이 목표입니다."

매너리즘 없이 항상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도전하는 그의 삶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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