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

 

[ 충청매일 ] 인터넷에서 사법을 검색하니 이런저런 잡다한 글들이 뜨는 가운데, 나무위키 백과사전에 제법 긴 설명이 있어서 읽어보았습니다. 아마도 오늘날 논의되는 여러 주장이 모두 나열되어 요즘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백과사전이라는 것이 용어의 개요를 설명하는 글인데, 거기에 설명된 ‘전통 사법’을 보니, 황당하기 짝이 없는 글로 가득 찼습니다.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논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활을 아예 모르는 사람이거나 각궁을 만져본 적도 없는 애송이들이 분명했습니다. 각궁이나 죽시를 몇 번만 써보면 알 수 있는 사실들도 까맣게 모르는 채 ‘전통’에 대해 목청을 한껏 높여 놓았습니다. 누가 보면 전통 사법의 비밀이 만천하에 명명백백 밝혀진 줄 오해할 것 같습니다.

 국궁계에는 서기 2000년 무렵부터 국궁의 여러 전통에 대한 기록화 문자화가 꽤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런 글들을 참고하면 지금은 어느 정도 전통 사법의 체계를 재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무위키에 서술된 사법은 그런 글들을 진지하게 참고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일어난 논란을 중심으로 자신의 독선과 아집으로 가득한 주장을 나열하는 수준이어서, 인터넷 바다가 해양 쓰레기로 한껏 오염되었구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나무위키의 글 중에서 전통 사법에 대한 대단한 오해가 바로 ‘고자채기’입니다. 고자채기를 마치 전통 사법에서 해야 할 중요한 조건으로 설명하는데, 이런 착각 자체가 바로 이들이 전통 사법을 전혀 이해할 수준이 못 되고, 또 이해할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증거입니다. ‘고자채기’는 반드시 고쳐야 할 활병의 일종입니다. 옛날 어른들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하려고 만들어낸 용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옛 어른들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그렇게 하는 게 전통이라고 주장해대니, 그저 황당무계할 따름입니다. 

 고자채기가 맨 처음 기록된 책은 『한국의 활쏘기』입니다. 그 당시 사말이 구사들로부터 들은 설명은, 고자채기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활병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은 이 고자채기를 마치 해야 할 동작인 것처럼 주장합니다. 인터넷에서 자신의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어느 날 이렇게 주장하더니, 각종 사이트에 고자채기라는 말을 도배해놓고서, 나중에 그것을 전통 사법의 한 이론으로 둔갑시킨 것입니다. 그것이 철없는 구사(口射)의 손끝에서 나무위키로 옮겨간 것입니다. 활을 쏜 적도 없는 사람이기에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각궁 몇 번 제대로 쏴보면 고자채기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지 쉽게 압니다. 그런 문제점을 알면서도 굳이 ‘이론’을 만들기 위해서 주장하는 사람들은 각궁을 모르기에 그렇게 밀고 나가는 것입니다. 고자채기는 이론을 위한 이론의 막장에서 태어난 자가당착입니다. 이런 궤변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실이 아니라 자기 자랑에만 관심 있는 거죠.  

  고자채기는 행위의 결과이지, 추구해야 할 목표가 아닙니다. 일부러 추구하지 않으면 병이어도 가볍게 지나갈 것이지만, 그것이 목표가 되면 죽음에 이릅니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고자채기를 주장하는 사람들뿐입니다. 고자채기는 반드시 버려야 할 활병입니다. 인터넷은 인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훌륭한 매체이지만, 말로 담기 어려운 깊이 있는 세계의 본질을 드러내기에는 어려운 매체라는 것을, ‘나무위키’의 천박한 전통 사법 논의를 보고 거듭 깨달았습니다. 그러잖아도 마뜩찮던 인터넷 활 정보를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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