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공관위 "국민 눈높이 및 도덕성 기준 못미쳐"…서승우 전 충북도행정부지사 우선 추천
초유의 공천 취소에 국민의힘 ‘당혹’, 민주당 등 "지극적인 사필귀정"

정우택 국회부의장.

[충청매일 최영덕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달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충북 청주지역 선거구가 요동치고 있다.

6선에 도전한 국민의힘 정우택(청주 상당·국회부의장) 후보가 ‘돈 봉투 수수’ 의혹에 결국 발목을 잡히면서 공천이 취소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정 후보의 지역 최다선 및 국회의장 꿈도 함께 사라졌다.

국민의힘은 중량감있는 중진의원을 앞세워 본선 선거전 준비에 나섰으나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애초부터 공천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부적격 후보로 지극히 사필귀정"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정 의원의 공천 취소를 의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날 공관위는 "정 후보에 대한 불미스러운 상황이 지속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힘이 강조해 온 국민 눈높이 및 도덕성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공천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돈 봉투 수수’ 의혹이 선거를 이끌어 가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앞서 정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의 한 카페 사장 A씨에게 돈봉투를 받는 모습이 담긴 CC(폐쇄회로)TV 영상이 보도돼 논란이 일었다. A씨가 작성한 메모에는 정 부의장 측 보좌관에게 후원금을 비롯해 총 5차례에 걸쳐 800만원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 후보는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언론인 등 3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A씨를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정 의원 측에 전달한 돈이 더 있다"고 밝히면서 진실공방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여, 공천 취소 ‘강수’…충북 선거판 혼란

여당의 정 후보 공천 취소를 두고 지역 정가는 술렁이고 있다.

중앙당 공관위는 정 후보의 의혹이 용인할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후보 자격을 유지하고 선거를 이끌어가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 후보에 대한 ‘돈 봉투 수수’ 의혹 관련 보도는 일부 언론에서 지속되고 있다. 정 후보의 돈 봉투 수수 외 카페업자와 정 후보 보좌관의 전화통화 녹음기록을 토대로 금품이 오간 정황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돈 봉투 수수 의혹에 대한 명확한 소명이 이뤄지지 않고 추가 의심 정황까지 이어지면서 총선판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당이 선 긋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 후보는 공관위 결정에 재의 요구를 할 수 있으나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서승우 전 충북도 행정부지사 우선추천…경선 패한 윤갑근 공천 부담
 

서승우 전 충북도 행정부지사.

국민의힘 공관위는 정 후보의 대체자로 충북도 행정부지사 출신의 서승우 전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을 우선추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이같은 내용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재의결을 건의했다. 서 전 부지사는 앞서 청주 청원 경선에 참여했다가 김수민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청주 상당에는 정 의원과 공천 경쟁을 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있지만, 타 선거구 공천 탈락자를 선택했다.

이에 대해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윤 후보가 이 선거구의 상대방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없을 것으로 봐서 서 후보를 추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 정계의 한 관계자도 "여러 의혹 등 지속된 제기에 의혹 수준을 넘어 상당한 실체가 드러난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서 후보는 충북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하는 등 청주에서 인지도가 높다고 판단한 것 같다. 당선 가능성을 우선으로 볼 수 밖에 없으며, 패한 윤갑근 후보를 다시 공천하기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당혹…민주당 등 "사필귀정"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14일 ‘돈 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정우택 청주시 상당구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를 의결하고 서승우 전 충북도 행정부지사를 우선 추천으로 재결의했다. 이날 정우택 청주시 상당구 후보가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왼쪽) 김수민 후보와 김동원 후보가 정책공약 발표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정우택 후보의 공천 취소 결정이 나오자 어수선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 오진영 기자

국민의힘 청주지역 후보자들은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충북 전 지역 선거구도 마찬가지다.

청주지역은 5선의 중진의원인 정 후보를 중심으로 ‘원팀’을 강조하며 공동 공약 발표 등 본선 선거전에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정 후보의 공천 취소로 인해 청주지역은 4곳 모두 정치 신인들만 등판하게 됐다. 무게감있는 중진의원을 앞세워 민심을 이끌어 내야 하는 시기에 정 후보의 공천 취소는 선거 주자들에게 그만큼 부담이 크다.

이를 두고 민주당 등은 "애초부터 공천하지 말았어야 하는 부적격 후보로, 지극히 사필귀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의힘 공천을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후보는 정 후보 뿐 아니라 부적격 후보들이 줄줄이 있다"며 "박덕흠 후보는 부정선거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검찰에 고발됐고, 김동원 후보는 허위경력을 사용한 혐의로 선관위가 위법 여부를 확인 중이며, 엄태영 후보도 공약 이행률을 거짓으로 발표해 선관위에 고발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충북 후보들을 ‘불법선거 의혹 종합세트’로 꾸린 것인가"이라고 강조했다.

녹색정의당 송상호 청주 상당 예비후보도 서면자료를 통해 "정 후보는 결국 오답이었다"며 "상당구민과 국민을 우롱한 국민의힘과 정 후보는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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