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조관행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처음만난 것은 지금부터 20년 전인 1997년 필자는 청주대학교 법학과 4학년 재학시절이고, 그분은 청주지방법원 판사로 근무할 때이다.

당시 30세 초반의 패기만만하고 의욕이 넘쳤던 그분은 필자의 후배들에게 소송법을 강의하기 위해 출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연히 같이 저녁식사와 술자리를 갖게 됐는데 말도 잘하시고 자신이 학생운동을 했던 경력 때문에 임용도 어렵게 됐으며, 앞으로 승진을 못하고 멀지 않아 법복을 벗을지 모른다고 자신의 앞날에 대해 깊은 우려를 했던 것을 기억하는데 현재 차관급인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냈으니 20년전의 우려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에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9일 조 부장판사가 구속됐고, 그로 인해 요즘 연일 언론이 시끄럽다.

그 이유는 조 부장판사가 법조브로커 김홍수로부터 사건청탁을 받고 수뇌를 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청구한 조 부장판사의 영장에 나열된 내용들을 보면 형사구속된 피고인 보석청탁, 건물에 부기된 가처분신청의 해제 청탁,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여관업자의 행정소송청탁, 양평 TPC골프장 사업권소송 청탁 등이고 실제로 사건해결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것인데 위의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고위 법관으로서의 개인적인 불명예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신뢰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메가톤급 범죄라는데 우리가 받는 충격은 더 크다.

국가기관이라 할 수 있는 판사는 담당사건에 있어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다.

누구도 담당판사가 한 판결에 대해서는 왈가불가 할 수 없으며, 억울하면 항소나 상고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판사의 판결 하나하나는 국가기관으로서 심판하는 것이고, 그만큼 막강한 권한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직업에 비해 고도의 도덕성과 자질을 요구하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있어서 사법부는 개인의 재산과 권리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국민들은 타인으로 인해 침해된 권리나 재산권에 대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으며 분쟁이 발생할 경우 판사의 판단에 의해 권리를 구제받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국가기관이라 하는 판사들이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돈을 받고 사건을 조작해 판결을 했다는 것은 아무리 돈이 좋은 세상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과 자괴감을 안겨준다.

우리 헌법은 법관의 신분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그만큼 법관은 어떠한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게 자신의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 냉철한 이성으로 법과 정의에 편에 서서 판단할 것을 요구한다.

법관이 사건을 판단함에 있어서 정의와 형평의 원칙에 반해 판결할 경우 그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되고, 사회정의가 바로 설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법관의 판결은 국민의 정의실현과 평등원칙을 전제로 할 때 그 생명력을 유지한다.

대다수의 판사들이 과다한 업무량에 묻혀 사건해결을 위해 밤을 잊고 노력하는 현실에서 돌출된 이번 사건이 조기에 종결돼 국민들이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