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 충청매일] 지난달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이 제기되고 이와 함께 담당 공무원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가 한 인터넷 카페에 공개하면서 담당 공무원을 비난하고 성토하는 글과 항의성 민원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이에 담당 공무원은 혼자서 괴로워하다가 자신의 차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였고 지난주에 동료들의 애도 속에서 장례식을 치렀다. 지난 한해 교권침해에 대하여 사회적 화두를 던졌던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자살도 악성 민원과 무관하지 않다. 

 개인이 행정기관에 대하여 행정처분 등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민원 가운데 악성 민원이란 폭행, 욕설, 협박, 사람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하는 행위 등으로 법적인 조치 대상이 될 수 있는 민원을 말한다. 광의로 악성 민원에는 트집, 억지주장, 불만, 음주, 짜증, 불안감을 조성시키는 감성 민원과 반복 및 중복 민원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악성 민원이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지난해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실시한 ‘공무원 악성 민원 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4%가 악성 민원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답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2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의하면 공무원의 직무 스트레스 원인으로 악성 민원에 의한 스트레스가 가장 많다. 주로 현장과 가까운 행정복지센터 등에서 근무하는 초임공무원의 경우 이들 민원 처리의 어려움을 가장 많이 이야기한다. 민원문제는 초임 공무원 이직의 원인이 되고, 민원부서로 발령이 나면 휴직하는 등의 민원부서 기피는 공공부문 인적자원 관리의 문제가 되고 있다. 악성 민원은 담당 공무원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악영향을 주는 것 이외에 국가행정력의 낭비와 저하 및 정상적인 민원처리에 지장을 초래한다. 

 악성 민원 문제가 반복되는 가장 큰 요인은 민원인의 권리는 법적 제도적으로 과도하게 보호되고 있는지만 악성 민원을 처리하고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를 보호하는 것은 법과 제도만 있을 뿐 오롯이 담당 공무원 개인의 책임이 되고 있는 조직문화와 관행을 들 수 있다. 

 특히 악성 민원인에 대한 처벌이 대부분 온정주의에 의해서 사건이 마무리되는 사법처리 관행도 악성 민원의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민원을 주민이나 국민이 가진 무조건적 권리 또는 법 위의 권리로 생각하는 사고, 공무원을 부하나 노예로 인식하고 무슨 일이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처리되어야 한다는 이기주의와 같은 민주시민의 의식을 가지지 않은 시민이 있다는 것도 한몫한다.

  악성 민원은 법적 처벌에 대상이 되는 민원이다. 악성 민원을 근절하기 위해 법적 제재라 명확하고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악성 민원에 대응하여 공무원 보호를 위한 자치단체 조례가 제대로 운용되어야 할 것이다. 악성 민원은 초임이나 하위직 공무원에 떠넘겨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과 제도가 다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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