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꿈세상 정철어학원 대표

 

[ 충청매일 ] "안녕하세요!" 밝게 인사를 하며 자기 몸집만 한 가방을 멘 초등학교 2학년 학생 지혜가 학원으로 들어온다. 그런 꼬마들을 매일 만나지만 볼 때마다 대견하고 신비롭다. 그들은 초능력을 품고 있다. 

 방학이 되어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15명의 학생을 인솔하여 영어 현장학습을 하러 캐나다에 갔다 온 적이 있다. 학생들도 나도 가슴이 부풀어 출발했다. 하지만 환승 공항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초등 4학년 학생이 사라지는 것을 시작으로 예상치 못한 사고와 난감한 상황들이 우리를 기다리며 도사리고 있었다. 

 공항 입국 관리소에서 입국 심사를 받고 통과하여 나온 후 짐 찾는 곳에서, 자기 가방을 보고 컨베이어 벨트로 튀어 올라가는 학생과 실랑이하며 일행 가방을 모두 찾고 인원 점검을 하는데 4학년 학생 한 명이 없어졌다. 갈 만한 주변을 모두 뒤져보아도 안 보인다. 난감하다. 난관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토론토 숙소 도착 첫날 저녁, 지치게 하여 시차를 넘어 잠을 재울 요량으로 학생들을 대형 마트로 데려갔다. 백지를 한 장씩 나누어 주고 과제 수행을 지시했다.

 "지금부터 각자 마트 안을 다니며 현지 외국인 5명을 만납니다. 그리고 대화를 시도하고 그 대화 내용을 A4 용지에 적어 1시간 후에 이곳으로 집합합니다!" 1시간 후, 집합한 학생들 손에 들린 A4 용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모두 하얀 백지였다.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 결과였다. 선생님과 나누는 영어 문답을 잘하던 학생들이다. "지금까지 영어 교육을 어떻게 한 것인가?"하는 자책마저 들었다. 난감해하는 나에게 한 꼬마가 "외국인 앞에 서면 앞이 캄캄해지며 아무 말도 못 하겠어요"라며 하소연이다.

 나는 많은 고민 끝에 배수진을 치는 전략을 세웠다. 우선 학생들에게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독려했다. "처음으로 외국에 나왔으니 당연하다", "이런 현상을 극복하러 우리는 여기에 왔다", "너희의 영어 실력이면 충분하다", "할 수 있다. 두려워 말아라."

 다음 날 토론토 지하철 Finch역 광장에서 학생들을 세 명씩 조를 짜고 과제를 발표했다. "지금부터 세 명이 한 조가 되어 출발하여 Eton Center라는 곳 앞 광장으로 집합한다. 선생님은 거기에서 너희를 기다리고 있겠다. 규칙 1 누군가에게 길을 물을 때는 조원이 돌아가며 순서대로 물을 것. 규칙 2 길을 잃었다고 생각되면 울더라도 한 곳에 움직이지 말고 서 있을 것. 힌트는 지하철을 타고 중간에 한 번 환승한다. 자~출발!" 그리고 나는 일행을 떠나 멀리 숨어서 학생들을 지켜보았다.

 한참을 어찌할지 몰라 망설이더니 드디어 조별로 흩어져 출발했다. 두리번거리며 쭈뼛거리더니 여기저기서 길을 묻기 시작했다. 표를 사고, 양방향 열차를 선택하고, 중간에 환승역을 알아내 갈아타고, 제대로 내려서 Eton Center를 찾아내야 했다. 그들이 가는 곳마다 진풍경이었다. 백인 흑인들 사이를 오가며 길을 묻는 동양 꼬마들은 사랑스러운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그들에게 미소를 선사했다. 그 동양 꼬마들은 드디어 Eton Center 앞 광장에 모두 으쓱 도착했다. 감동이었다. 울컥, 하마터면 울뻔했다. 그들은 그렇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더니 초등학교 6학년 말에 대학생이 보는 TOEIC 시험에 도전하였고 중학교 3학년 때 만점에 가까운 TOEIC 점수를 받았다.

  아이들이 품은 능력은 무한하다. 부모와 선생님은 그들의 그 무한한 잠재역량을 발아시켜 주어야 한다. 하지만 때론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발아를 저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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