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매일]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경력이 있는 교사들이 조직적으로 사교육업체에 수능·내신 예상문제를 팔고 고액의 금품을 받아 챙기는 일이 비일비재 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11일 이같은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 교사와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방해와 배임수증재 등의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56명 중 27명이 현직 교사다. 대학교수 1명,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 4명, 전직 입학사정관 1명, 사교육업체 관련자 23명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교사와 사교육업체 간 수능·내신 문항 거래는 만연해 있고 그 수법은 조직적이고 다양했다. 또 서약서를 어기고 자격심사자료를 거짓 제출하기도 했다. 수능 검토위원 경력이 있는 교사 A씨는 수능·모의평가 출제 합숙 중 알게 된 검토 및 출제위원 참여경력의 교원 8명을 포섭해 소위 ‘문항공급조직’을 꾸린 뒤 사교육 업체에 2천여개 문항을 제작·공급했다.

사교육업체 거래 이력을 숨기고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케이스도 수두룩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관리규정’ 등에 따르면 과거 3년간 모의고사 문항 판매를 포함해 수험서 집필 실적이 있는 경우 출제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평가원 수능 업무 관례상 파견교사를 출제위원으로 위촉하므로 면접 시 사교육업체 관련 여부도 확인하게 돼 있다.

한 교사는 EBS 교재 지문은 그대로 활용하고 문제 유형만 최신 수능 경향에 맞춰 변형하도록 청탁받고선 EBS 교재 개발과정에서 지득한 모든 사실을 EBS 허락 없이 사용하거나 외부에 공개·공표·유출하지 않겠다는 ‘EBS 보안서약서’를 어기고 사교육 업체에 제공했다.

또다른 고교 교사는 사교육업체에 수능 모의고사 문항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아 챙겨오다 부인과 공모해 아예 출판업체를 차렸다. 이 업체는 EBS 교재 집필을 하면서 알게 된 교사와 자신의 소속 학교 동료 등 35명의 현직 교사들로 문항 제작진을 구성하고, 이들에게 수능 경향을 반영한 문항을 사들여 사교육업체와 유명 학원강사 등에 팔았다.

이번 감사를 통해 교사와 사교육 업체 간 문항 거래는 수능 경향에 맞춘 양질의 문항을 공급 받으려는 사교육 업체와 금전적 이익을 원하는 일부 교사 간에 금품 제공을 매개로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음이 확인됐다. 교육당국은 사교육업체와 문항 거래 등 중대한 비위가 확인된 교사들은 중징계하고 수능 출제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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