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진
청주고인쇄박물관 주무관

 

[ 충청매일 ]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문화 향유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증가한다. 그리고 문화기반시설인 박물관과 미술관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그렇다면 실제 이용률은 어떨까? 통계청의 ‘2023 사회조사’에 따르면 문화예술 스포츠 관람(중복응답)에서 박물관은 25.1%, 미술관은 23.2%로 압도적인 이용률인 77.4%의 영화 관람을 제외하면 스포츠 경기 27.3%, 음악·연주회 26.6%와 비슷하다.

 박물관·미술관 시설은 2000년대 들어 크게 증가했는데 2003년 355개관(박물관 289, 미술관 66)에서 2018년 총 1천124 개관(박물관 873, 미술관 251)으로 15년 동안 3배 이상 급증했다. 2023년 기준으로는 박물관 913, 미술관 286으로 총 1천199개관으로 확인된다. 

 통계청의 ‘2023 사회조사’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활동(관람)은 영화를 제외하면 다른 문화예술 스포츠 관람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2년 문화예술활동현황조사’나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서도 문화예술 활동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추세에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연도별 ‘문화기반시설 총람’을 들여다보면 박물관과 미술관 각 분야 관람인원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 회복단계인 2022년과 2023년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문화예술 전반적으로는 회복추세에 있으나 왜 박물관과 미술관의 연 관람 인원은 아직도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확연히 낮은 걸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두드러진 기술의 발전과 달라진 사람들의 요구에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한다.

 코로나 이후로 AI와 로봇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두드러져 왔다. 그리고 이 기술 중에는 이미 전시 관람의 많은 부분에 융합된 미디어아트가 있다. 고감도 입체음향과 고해상도 LED로 구현돼 높은 몰입감과 사실감을 주는 미디어아트는 이미 상업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고 고해상도 미디어아트가 구현된 카페, 전시는 명소가 돼인스타에 인증을 원하는 많은 사람이 찾아간다.

 또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이전에는 관련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의 전시기획과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일방적인 작용을 했다면 최근에는 참여형 전시와 관람자와의 상호 작용에 대한 관람자의 요구가 커지면서 이를 수용한 전시들이 호황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국립박물관과 미술관 등에서는 이러한 관람자들의 요구를 수용한 미디어아트 전시회, 참여형 기획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방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는 달라진 변화를 수용하기에는 예산과 내부인력 문제로 어려움이 많다. 학예인력은 2018년 이후로 꾸준히 증가했으나 여전히 수도권과 지방의 편차가 크다. 수도권이 지방보다 시설 수는 적은 것에 비해 시설 평균 인력, 소장자료, 연 관람 인원 등 지표는 훨씬 양호하며 이는 미술관보다 박물관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것에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의 존재 이유가 있다. 문화기반시설의 척도가 되었던 박물관과 미술관이 절대적 양이 부족했던 시기를 지나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문화 향유의 수단은 훨씬 많아졌다. 이제는 높은 기획력과 전시구성으로 모두가 보고 싶어 하는 전시를 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모두가 갈 수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아닌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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