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살 때 아득바득 100원이라도 깎는 사람은 절약정신이 투철한 알뜰한 사람이고, 몇십만원짜리 옷을 살 때 100원 깎는 사람은 쩨쩨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경제원리가 아닌 심리원리에 얽매여 돈을 쓰는 실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이중성을 꼬집기 위해 흔히 인용하는 예가 있다. 바로 시장에서 콩나물 값은 악착같이 깎으려 들면서 백화점에서 파는 고급제품은 목에 힘주면서 손쉽게 사는 행동이다. 콩나물 값은 많이 깎아봐야 고작 일·이백원인데 그 돈을 아끼려고 체면까지 구겨가며 흥정하면서, 몇십만원하는 물건은 척척 산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는 당신은 과연 어떠한가. 당신은 정말로 이런 모순되는 행동에서 자유로운가. 혹자는 요즘 세상에 콩나물 값 깎는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위의 예가 구시대적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다음 두 가지 질문을 통해 과연 그런지 확인해보자.

먼저 당신이 진공청소기를 사기 위해 매장에 들렀다.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는데 가격이 30만원이었다. 생각보다 비싸서 고민하고 있는데, 그때 매장에 있던 손님이 1시간 거리에 있는 다른 매장에 가면 같은 물건을 10만원 싸게 살 수 있다고 귀띔해 줬다. 당신이라면 1시간 운전을 해서 10만원이 싼 진공청소기를 사러 갈 것인가. 다음은 당신이 새 차를 사기 위해 자동차 매장에 들렀다. 마음에 드는 차가 2천만원인데 매장에 있던 손님이 1시간 거리에 있는 다른 매장에 가면 이벤트가 진행 중이라 10만원 싸게 살 수 있다고 한다. 당신이라면 1시간 운전을 해서 10만원이 싼 자동차를 사러 갈 것인가. 이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2천만원짜리 자동차를 10만원 싸게 사려고 1시간씩 운전을 하지는 않겠지만, 진공청소기를 10만원 더 싸게 사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경제적인 논리를 동원한다. 2천만원짜리 자동차를 사면서 10만원 아끼자고 1시간을 운전하는 것은 기름값, 노동력, 운전하는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사고 가능성, 그 외의 여러 가지 기회비용까지 고려한다면 결코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청소기를 구입하는 상황에서도 똑같은 원리를 적용해서, 더 싼 매장으로 이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 경우에는 ‘30만원짜리를 10만원이나 싸게 사면 그게 어디야. 요즘 세상에 누가 10만원을 그냥 주나’하면서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더 싼 매장으로 달려갈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두 가지 상황 모두 절약할 수 있는 절대액수는 10만원으로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총 자산에서 10만원이 절약된다는 의미에서는 두 상황이 동일하기 때문에 만일 당신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두 경우 다 더 싼 매장으로 가거나 아니면 두 경우 다 가지 않는 일관된 반응을 보여야 한다. 청소기를 살 때 절약하는 10만원은 귀한 돈이고, 차를 살 때 절약하는 10만원은 이보다 덜 귀한 돈이란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마찬가지로 콩나물을 살 때 깎는 100원과 몇십만원짜리 고가품을 살 때 깎는 100원도 동일한 것이다. 전자의 사람은 절약정신이 투철한 사람이고, 후자의 사람은 째째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지금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절대적인 액수보다는 상대적인 액수에 관심이 더 많다. 청소기의 경우 30만원 중 10만원(3분의 1)을 싸게 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절약하는 것처럼 인식하고, 자동차의 경우 2천만원 중 10만원(200분의 1)을 절약하기 때문에 아주 소소한 액수를 절약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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