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매일]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공무원이 또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민원이 계기가 돼 온라인 카페에 신상정보가 공개되고, 익명 뒤에 숨은 자들의 마녀사냥 댓글이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악성 민원으로 인한 피해가 날로 증가하는 가운데 안전한 근로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효율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40분께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김포시 소속 30대 주무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난달 29일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접했다. 일회성으로 단순하게 마무리될 민원일 수도 있었지만 한 온라인 카페에 신상이 털리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한 누리꾼이 공사 담당자인 A씨의 이름과 소속 부서, 전화번호 등을 공개하자 비난 글이 빗발쳤다. A씨는 지난 며칠간 항의 민원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성 민원에 의한 피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고성을 지르는 민원인을 상대하던 여성 공무원이 쓰려져 깨어나지 못했고, 2018년 8월에는 경북 봉화군에서 엽총을 난사해 공무원 등 3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통계를 보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정신질환에 따른 공무상 재해를 청구한 공무원은 1천131명이었다. 이는 민원 담당자에 대한 폭언·폭행이나 업무방해 목적의 대량 민원이 이어진 영향이라고 권익위는 지적했다. 공무원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민원인의 위법행위가 더 많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6일 공무원을 향한 무분별한 악성 민원에 대해 정부의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공노총 악성 민원인의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와 기관이 주체가 돼 고발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악성 민원의 유형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민원 요구, 적절한 응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상습적인 민원 제기, 언어폭력 등이 판을 치고 있다. 이로 인해 공무원들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업무 집중력 감소, 새로운 민원을 상대하는 데 대한 두려움 등의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 민원은 공무원들의 사기와 의욕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행정력과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공직사회를 위축시키는 악성 민원인에 대한 처벌 강화와 전담 대응 조직 구성 등 강령한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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