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중산고 교장

 

[ 충청매일 ] 대학을 졸업하고 내가 나온 모교인 미덕중학교에서 근무한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지금은 학교법인 내의 다른 학교로 옮겨 근무하고 있지만, 모교에서 11년 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잊고 있었던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곤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짝사랑해서 국어시간과 책 읽고 글쓰는 것을 좋아했던 것 말고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들이 없었는데, 모교에서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옛 추억이 하나씩 떠오르곤 했다. 그 중의 하나가 가끔 운동장에서 전교생이 모여 교장선생님이나 초청강사의 강의를 듣는 것이었다. 

 강당이나 교실도 아니고 운동장에서 하는 강의를 집중해서 듣기 어려웠지만,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 중의 하나가 장기덕 교장선생님의 강연이다. 향토사연구가로 유명했던 교장선생님은 늘 우리가 살고 있는 충주 중원지역의 문화재나 유적지, 전설 등에 재미있게 말씀해주셨다. 중앙탑이며 신립장군이야기, 달래강 전설 등을 재미있게 말씀해 주셨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이 ‘우리 충주는 삼원색의 고장이다. 빨간 사과, 노란 담배, 파란 물의 고장이’라는 말이다. 충주하면 사과라는 말은 아직도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담배는 이제는 한물 간 이야기가 됐지만 단월강가에 큰 담배제조공장이 있었고, 마을마다 황토로 지은 우뚝 선 담배건조장이 있는 집들이 많아 당시에는 담배의 고장이라 할만 했다. 나는 강가에서 늘 강물을 보며 자랐고, 당시 충주댐이 막 건설되어 조금만 나가도 큰 호수를 볼 수 있었다. 

 충주를 모든 색의 근원인 삼원색으로 비유하여 표현한 것은 충주의 정체성은 물론 자부심과 발전방향까지 담고 있는 그분의 탁월한 혜안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최근이다. 세월이 지나 나이를 먹고 자녀양육의 의무도 벗어나고 직장에서도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니 이제서야 내가 사는 충주가 새롭게 보이곤 한다. 삼원색 중 파란 물의 도시, 충주... 

 여기저기 국내외 여행을 하며 썩 마음에 드는 여행지를 만나도 결국 내가 살아온 곳보다 좋고 편한 곳은 없었다. 요즘은 주말마다 수안보 온천에 가서 사우나를 하고 온다. 친구나 지인들이 충주를 찾아올 때마다 탄금호수를 끼고 있는 탄금대나 중앙탑 공원이나 충주댐이 있는 충주호 주변을 모시고 간다. 앙성의 비내길을 걷고 난 후 탄산온천을 즐기고, 충주호를 바라보며 종댕이길을 걷고 난 후에는 괴산의 유황온천이나 우리나라 최고의 수질로 알려져 있는 수안보 온천에 간다. 월악산 송계계곡의 아름다운 풍광이나 맑은 물은 더할 나위 없고, 남한강가 목계 솔밭이나 달천강물이 휘돌아가는 수주, 팔봉의 강가는 캠핑족들에게 우리나라 최고의 캠핑성지 중 하나로 유명하다. 충주는 호반의 도시이면서 언제나 가까운 곳에 다양한 온천이 있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물의 도시이다. 물 가까이, 언제나 물과 함께하는, 물 좋은 도시 충주. 

 충주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하려면 충주의 자랑인 물에서 해답을 찾아야할 것이다. 충주를 둘러싸고 있는 물을 잘 관리하고, 수변지역을 환경친화적이며, 많은 이들이 찾고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하면 인기 있는 명소가 될 것이다. 조정경기장이나 충주호, 탄금호에 카누를 비롯한 다양한 수상레저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나 수안보, 앙성을 특색 있는 온천마을로 만들면 지역민들은 물론 많은 이들이 충주를 찾을 것이다. 

  한반도의 중심도시, 물 좋은 충주가 사시사철 많은 이들이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쉽게 찾아와  행복하게 즐기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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