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 충청매일  ] 태극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은 국기와 국가(國歌)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국가를 상징하는 국가와 국기는 크게 두가지 기능을 한다. 하나는 국가를 외부에 알리는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을 결속시키는 구심체의 기능을 한다. 우리의 태극기는 한말 한미수교조약을 준비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기 위한 상징으로 태극-팔괘로 구성된 태극기를 제작하여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 태극기가 국민의 구심체 역할을 한 역사적 사건이 3·1 만세 운동이다. 이에 3·1 운동하면 항상 태극기가 상징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 힘은 일제로부터 대한민국을 하나의 독립국으로 만드는 힘이 되었다. 

 오래 이야기이지만 미국사람들은 하루 평균 열여덟 번 성조기를 보며 산다는 통계가 있다. 그것이 다민족 국가이면서 미국인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 태극기가 지금은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기능만 할 뿐 국민을 하나로 묶는 구심체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는 애국가를 부정하고 태극기를 달지 않는 정당까지도 등장하였었다. 오늘날 공공기관의 행사에서까지 태극기에 대한 경례 이후에 애국가를 생략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면서 국가의 상징이 홀대받고 있다. 

 모처럼 맞은 4일 연휴가 끝났다. 3·1절 덕분에 온 국민이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4일 연휴가 무엇 때문에 있게 되었는지 잠시만이라도 생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이러한 상징을 강화하여야 할 국가나 공공기관마저도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하나로 모든 것을 마무리한 듯하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약 500가구의 소규모 단지이다. 지난 3·1절에 3·1절의 상징인 태극기를 내건 가구는 한 손으로 셀 수 있었다. 3·1절을 앞두고 시청에서 내 건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지만, 유명 가수 콘서트 배너에 파묻혀서 그 색마저 바랜 듯하다.

 태극기는 우리나라를 상징한다. 태극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국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유엔 회원국만 하더라도 193개에 이른다. 이 국가는 첫 번째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국가가 없으면 국기나 국가도 없고, 국가가 없는 국민은 항상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유엔난민기구는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난민 수가 1억명을 넘어서고 있고, 국가 형성에 위기를 겪고 있는 분쟁지역이 2023년 34곳이나 된다고 한다. 여기에서 한반도는 항상 지정학적 위기의 장으로 존재한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과거의 냉전보다 더 심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장이 되어 있다. 그 속에서 살아남고 지금과 같은 풍요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일본 욱일기 사용을 반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태극기가 소중하고 국가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잠자는 태극기를 밖에 걸어서 휘날리게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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