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미원중 교감

 

[ 충청매일 ] 2011년, 당시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새해 국정 연설에서 한국의 교사들을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이자 "국가 건설자"로 치켜세우며 찬사를 보냈다. 대한민국이 최단기간에 걸쳐 최빈국에서 세계가 놀랄 정도의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데는 교사의 역할이 컸다는 뜻이다.

 그러나 2024년, 오늘을 사는 교사들은 존경은커녕 ‘학부모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했다고 자조 섞인 말을 한다. 

 교사들이 느끼는 교권 추락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2006년 5월, 청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학부모들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 모습이 고스란히 TV로 방영되면서 교권 추락의 현실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물론 당시에도 교권 회복, 교권 보호를 위한 온갖 논평에 다양한 방안들이 나왔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모습은 해가 갈수록 그야말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었다.

 비근한 예로, 2022년 8월에는 수업 중임에도 버젓이 교단에 드러누워 여교사를 촬영한 남중생의 모습이 SNS를 타고 확산되면서 교권 추락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이에 교사·학부모 가릴 것 없이 개탄의 목소리가 매우 거셌으나, 이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나마 ‘교권 회복의 변곡점’이 된 것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서울 서이초 선생님의 순직이 인정된 요 며칠 전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7월에 벌어진 서이초 선생님의 극단적 선택은 사회적 공분을 촉발하며 ‘교권 회복 운동’의 단초가 되었고,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교권 회복 5법(「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지위법」, 「아동학대처벌법」)’의 국회 통과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교권 회복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난해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험생의 부정행위를 적발한 한 교사는 학부모의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전교 부회장으로 당선된 초등학교 자녀가 당선 무효 결정을 받자 해당 학부모가 고소.고발을 남발한 사건도 있었다. ‘내 자식만 귀하다’는 학부모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고는 교권 회복은 요원하다. 

 또한, 학생 인권을 중심으로 기울어진 교육 환경을 균형 있게 바로잡는 일도 시급하다. 학생의 권리 못지않게 책임에도 방점이 찍혀야 한다.

 새 학기를 맞아 ‘교권침해 직통번호 1395’가 개통되었다. 교원 누구나 전국 어디에서든 유·무선 전화로 ‘1395’를 누르면 교육활동 침해 사안 신고, 심리상담과 법률지원, 교원보호공제사업 등을 원스톱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또한, 올 3월 28일부터 「교원지위법」이 시행되면, 각 학교가 운영하는 교권보호위원회 업무는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된다. 다행이면서도 이 모든 것의 발단 공간이 다름 아닌 ‘학교’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한편, 어제 신입생 입학식이 있었다. 중학생이 된 아이들은 호기심 많은 눈동자를 굴리며 어떤 선생님을 만나게 될지, 초등학교 생활과는 뭐가 다를지 궁금해했다. 학부모도 새로운 출발을 앞둔 설렘과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들떠있긴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이들의 설렘과 기대가 입학식부터 중학교 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졸업식까지 계속되기를 소망한다. 학생은 행복하고, 학부모는 안심하고, 교사는 보람 있는 곳. 그곳이 학교여야 한다.

  교권이 실추한 나라에서 미래란 있을 수 없다. 역사가 증명하듯, 교육이 무너진 나라는 모두 멸망했음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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