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연우 충북도의회 의정지원관

황연우 충북도의회 의정지원관.

[ 충청매일 ] 2021년 5월 대구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22세 청년이 연일 화제였다. 혼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준의 돌봄활동과 비용이 그가 이러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내몰았다고 밝혀져 우리는 그 청년을 마냥 질타할 수만은 없었다. 이러한 ‘가족돌봄’이 가정 내 문제로만 방치되는 것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지만, 우리 사회는 몇 번의 비극을 경험한 뒤에야 사회 공동이 책임질 문제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여기 대한민국 인구에 대한 통계청의 조사를 바탕으로 한 가족의 삶을 가정해 보자. 대한민국 평균 초혼연령은 남성 33.7세와 여성 31.3세로, 이 부부는 결혼하고 1년 뒤에 첫 아이를 낳게 된다(평균 초산연령 32.3세). 결국 평균 퇴직연령 51.5세인 대한민국에서, 첫째가 16세가 되면 주부양자인 아버지의 퇴직에 맞닥뜨려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노인요양급여는 65세부터 지급되므로, 만약 부부가 퇴직 이후 재취업하지 못하고 경제적 대비마저 없다면 이 아이는 자기가 살아온 시간만큼 나머지 삶 동안 한 가정을 부양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단순히 필자의 산술적 비약이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 전국 중·고등학생 및 만 13~3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1천802명의 응답자가 가족을 돌보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는 전체 응답자 중 약 4.1%에 해당한다. 돌봄 대상자는 조부모(61%), 부모(46.3%) 순으로 많았고, 주당 평균 21.6~32.8시간을 돌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생계지원과 의료지원 등의 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등 금전적 피로도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 가족돌봄의 연령층이 낮아지는 것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문제는 가족돌봄청년의 삶에 대한 불만족도가 일반청년 대비 2배 이상, 우울감은 7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또 미래계획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은 약 36.7%였고, 주돌봄자인 경우에는 46.8%로 더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생애 전반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시기에 불투명한 미래에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었다.

다행히도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2021년 서울시에서 전국 최초로 ‘가족돌봄청년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이후 현재까지 전국 50여 개 지자체가 이를 조례로 제정했다. 관련 법안도 국회에 상정 중이다. 이러한 법과 조례안 대부분의 주요내용은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금전 및 정서적 지원이다. 이 중 광역지자체는 서울과 광주 등을 포함해 10개에 이르지만, 충북의 움직임은 아직이다.

충북은 학령 인구가 줄고 노령인구는 늘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며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지 오래다. 그만큼 ‘가족돌봄청년’에 관한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일부임이 분명하다고 인식되나, 현재 충청북도는 자치정부 차원의 조례나 정책이 미비하여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부모 봉양을 미덕으로 여기는 대한민국에서 관련 문제는 쉽사리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이를 계속 방치한다면 대구 청년의 사건처럼 심각해진 뒤에야 인지하게 될 것이다. 어리고 젊다는 이유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단지‘1인분의 삶’을 살기 원할 뿐인 우리 사회구성원의 아픔을 미리 파악하고, 지켜줄 수 있도록 사회적 울타리와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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