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연
청주가로수도서관 사서

 

 

[ 충청매일 ] 도서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도서관에서 책을 선택하는 나름의 기준, 취향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서가에 머무르며 책등에 적힌 눈에 띄거나 참신하고 재밌는 제목에 끌려 책을 고르는 편이다. 커버의 재질이나 표지의 그림, 디자인 등 여러 가지가 선택의 취향에 포함된다. 책을 고르고 읽게 되는 행위가 고요하면서 설레고, 보람찬 일상을 만드는 시간이기에 소중하게 여겨진다. 

 어느 겨울, 짙은 녹색의 하드커버로 한손에 쥐어질 만큼 작지만 단단한 책을 골라 보았다.  한편의 서정적인 영화를 보듯 글에서 감정이 풍부하게 드러나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강한 여운을 남겼다.

 주인공 ‘하소연’은 회사에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하소연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사사건건 핀잔과 눈치를 주는 사람 때문에 힘들어한다. 미움이라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자신의 존재마저 부정하고 ‘쓸모없는 사람이야’라고 말해버린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상처받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는 것의 따뜻한 말로 위로하며 곁에 머무른다.

 그녀를 위해 작은 방에서 활짝 꽃을 피우고 싶어 하는 식물 아글라오네마. 

 이렇듯 하소연을 애지중지 살피는 ‘식물 아글라오네마’의 사유가 묘하고 신선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은 나에게 가면을 씌운다. 

 하소연도 마찬가지이다. 반복되는 일상과 나를 싫어하는 직원, 그 사이에서 자존감은 바닥나고 나아진게 없는 현실에 부질없는 하소연을 한다. 이런 하소연을 보고 아글라오네마는 말한다.

 매일 행복할 수는 없다고...

 다가오는 시련을 피할 수도 부딪혀서 깨질 수도 없다면 유연하게 대처하면 되는 거라고...

 시련은 성장하게 하고 더 나은 삶을 이끈다고 믿는다. 타인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 나의 색깔(나의 빛)을 찾는 과정이 인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 김민준은 우연히 읽은 시집 한 권으로 인해, 운동선수를 그만 두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의 시선으로 풀어낸 단편이 인생의 쓰린 단면을 쓰다듬듯 따뜻하고 섬세하다.

 사람과의 관계로 상처받은 복잡한 마음은 자연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는 덧없는 것이라는 통찰력 있는 문장을 곳곳에서 마주한다.

 또한 인생의 여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마지막 행위는 ‘사랑’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끔 한다. 사랑은 추상의 영역에 있기때문에 무한한 것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사랑이라는 것이 만질수도 없고 볼수도 없어서 오직 사랑하는 것을 통해 드러난다는 말이 인상깊다.

 나의 가치관을 생각해보고 마주하게 된 책으로 여운이 가득한 글귀들이 마음을 토닥여 준다.어떤 이든지 지금 도서관으로 가서 서가를 거닐며 우연한 기회를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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