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 충청매일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연초부터 피로감을 줄 정도로 선거 이야기가 모든 뉴스를 장악하고 있고, 종편은 온종일 총선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러나 선거 뉴스를 듣고 있으면 정치 냉소주의, 정치 혐오증으로 정치 무관심을 더욱 조장하는 듯하다. 정치에 대한 회의는 정치 무관심을 가져와서 낮은 투표율로 귀결된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19대와 20대 선거가 77%대까지 높아졌지만, 지방선거는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는 2008년 제18대 선거(46.1%)부터 21대(66.2%)까지 지속해서 높아졌다. 그러나 지금의 선거판을 볼 때 이러한 경향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선거제도가 만들어진 뒤 정치적 무관심에 의한 선거에 대한 회의와 불참은 현대 정당정치에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뿌리라고 하는 고대 도시국가 아테네에서도 정치 무관심에 의한 낮은 투표율이 선거 때마다 중요한 화두였다. 주요 국사나 고위정치가의 신임이나 탄핵을 논의하는 민회(民會:에클레시아)는 약 1만 명 정도의 선거권자 가운데 가부 투표로 6천표 이상 찬성해야 통과되기 때문에 투표율은 매우 중요하였다. 이에 아테네에서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 1오브로스의 투표수당을 지급하였다. 그래도 기권자가 많아지자 페르시아 전쟁 이후에는 3오브로스까지 높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테네 민주주의가 쇠퇴하면서 더욱 심했다고 한다.

 각종 조사에 의하면 선호하는 정당이 없다는 비율이 30%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무당층이 많아지는 이유는 정치나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이 없다는 정치적 무의미, 국회가 정부나 대통령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국회 무력감, 정치가 기본적인 정의나 규칙도 없이 사당화되고 있다는 무규범, 정치인이나 국회의원이 이념이나 기본 윤리도 없다는 무소신에 대한 국민들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무엇하는 사람들인지에 대하여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입법하고,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며,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로 정부를 통제하는 활동에 대하여는 잘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잘 알려지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이들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지역에서 국회의원은 지역 예산을 따오고, 지역에 건물 짓고 도로 내는 데 이바지했다는 홍보만 하여 국회의원을 지역의 로비스트처럼 생각하니 이들을 선출하는 선거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선거가 40여 일밖에 없는 데 선거구도 확정되지 않고, 출마자도 결정되지 않고, 선거에 임하는 정당의 정책도 없으니 정치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선거가 정책 논쟁의 장이 된다면 선거로 바뀌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더라도 투표장에는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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