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덕초등학교 교감

 

[ 충청매일] 미국의 작가 브렌다 기버슨이 쓴 ‘선인장 호텔’은 메마른 사막에 떨어진 선인장 씨앗 하나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하고 또 주변 동물들과 살아가는지를 그린 그림책이다. 선인장의 일생을 통해 사막의 생태계를 알기 쉽게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보다 선인장 하나로 인해 주변의 환경이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아주 작은 씨앗으로 시작한 선인장 하나는 어려움 속에서도 굳건히 자라 마침내 커다란 꽃과 열매를 맺어 사막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게 된다.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는 선인장을 통해 수많은 동물들은 먹이와 보금자리를 갖게 된다. 세월이 지나 선인장은 운명을 다해 쓰러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에 알맞은 동물들의 안식처로 남는다. 

 초기 문해력 교육은 공교육에서 참으로 낯선 씨앗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게 당연한 일이건만 어찌된 일인지 많은 이들이 입학 전 한글을 떼지 못함에 불안감을 가지곤 했다. 그리고 그 해결방안을 사교육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했었다. 제7차 교육과정이 시행된 이후로 사교육 시장의 90% 이상이 한글과 관련된 프로그램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거의 한 세대를 돌아온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한동안 학교 정문에 게시되었던 ‘담임교사 책임제’ 문구에 대한 자문이 이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교육과정은 모든 학습자들이 동일한 출발선에 서 있다는 전제로 구성되지만, 아이들의 실제가 그렇지 않음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라일리(Riley, 1996)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입학 직후 문해력 발달 격차는 최대 5년까지 발생한다고 보고되었다. 어떤 아이가 만 3세 수준의 읽기 능력을 보일 때 다른 아이는 만 8세 수준의 읽기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읽기 수준의 차이는 이후로도 계속 이어져 읽기에서의 매튜 이펙트(Matthew effect) 현상으로 나타난다. 잘 읽는 아이는 없이 아이는 더욱 잘 읽게 되고, 못 읽는 아이는 점점 못 읽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여기 초기 문해력 교육 씨앗을 뿌린 이가 있다. 핵심적이고 질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동일한 출발점을 보장하기 위해, 읽기에서의 매튜 이펙트를 차단하고자 노력하였다. 

 개별화 교육을 통해 늦어도 2학년을 마치기 전, 가속화 된 발달로 학급 평균 수준에 도달시키기 위한 방안을 찾았다. 90시간이 넘는 교사 전문성 신장 연수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최소 60시간 이상의 개별화 교육을 위해 사례 연구와 현장 컨설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알렸다. 

 작은 선인장 씨앗은 이제 충북에만 60명 이상의 초기 문해력 교육 전문가를 만들어냈다. 세종, 전남, 전북, 울산, 제주까지 더 많은 이들이, 더 많은 지역에서 기초학력 전담교사로, 담임교사로, 장학사로, 그리고 교감이나 교장으로 교육 현장 곳곳에서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주위에는 온통,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자라는 선인장 숲이 생겼습니다. 이 가운데 몇은 뜨겁고, 춥고, 비 오고, 메마른 날들을 견뎌 내고 또 다른 선인장 호텔이 될 만큼 크게 자라나겠지요." ‘선인장 호텔’의 마지막 장면은 쓰러진 선인장 뒤로 무수히 많이 서 있는 선인장 숲이다. 초기 문해력 교육이 아이의 교육 기본권 보장을 위한 첫 걸음임을 생각하며, 이 글을 엄훈 선생님(읽기 따라잡기 트레이너, 전 청주교육대학교 문해력지원센터장)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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