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진
청주고인쇄박물관 주무관

 

[ 충청매일 ] 우리나라 도서관 정책을 담당하는 곳은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다. 2007년 6월 12일에 설립된 위원회는 도서관법 제11조 제1항에 의거 설립되었고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의 수립 및 도서관 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수립하고 심의하고 조정하는 기능을 한다.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진행되는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은 4대 정책목표를 수립했는데 누구나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한 모두의 도서관, 공동체에 활력이 될 연대와 협력의 플랫폼,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K-지식자원의 보고, 그리고 미래를 위한 준비, 도서관의 혁신이 4대 정책목표이다.

 그중에 미래를 위한 준비, 도서관의 혁신 목표를 살펴보면 정부가 생각하는 미래의 도서관이 어떤 모습일지가 그려진다. 2개의 추진과제(첫 번째가 도서관 업무 환경을 디지털로 전환, 두 번째가 신기술을 융합한 도서관서비의 확대)중 우리가 함께 생각해볼 미래의 도서관은 신기술을 융합한 도서관 서비스의 확충이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홀로그램 등 가상융합기술을 활용한 도서관 콘텐츠 개발 및 체험공간을 운영하여 실감형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서관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조용히 앉아 책을 읽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미래 도서관의 모습이 가장 많이 구현된 곳은 국립중앙도서관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1945년 10월 국립도서관으로 이름으로 개관을 했다. 정부가 생각하는 도서관의 미래 모습은 서초동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의 디지털 도서관을 방문하면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몰입도가 높은 체험은 디지털 북이다. 책장을 직접 넘기고 터치하면 한자로 쓰여 읽기도 어려운 문장들이 한글로 해석되고 다양한 애니메이션이 등장하여 이해를 도와준다. 모니터 화면을 대고 누른 것과 달리 종이를 직접 만져보고 장을 넘길 수 있다는 점은 기존의 책과 같지만 기존 책만으로는 우리가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던 것들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변화되어 나타난다. 지금이야 다양한 장비들이 있어야 구현 가능한 기술이지만 고도서에 대한 관심과 접근성, 이해도를 높인 다양한 디지털 기술의 체험은 기술이 더 발전하면 언젠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읽는 책의 모습도 이렇게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도서관은 단지 책을 읽고 빌리는 곳이 아니라 신기술이 융합된 다양한 체험과 문화를 즐기는 곳이라는 것. 그리고 어쩌면 기술의 발전이 종이책을 화면상의 전자책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종이책의 모습에 다양한 기술을 담아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모습으로 발전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상상을 제공하는 것이 국립도서관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미래의 도서관의 모습이 아닐까.

  경제적인 관점과 이해를 떠나 미래의 책과 도서관의 모습을 생각해본다. 종이 산업, 인쇄산업, 출판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었고 미래에 우리가 얼마나 책을 만들고 읽을지는 여전히 의구심이 가득하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나타날 책의 모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지금의 전자책이나 모니터 너머의 글자가 아니라면? 종이책은 여전히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책의 형태로 미래에도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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