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매일 ]청주간첩단’ 사건의 1심 판결이 드디어 나왔다. 피고인들이 2021년 9월 기소된지 무려 883일 만이다.

이 사건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범죄단체조직죄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지만 그보다도 도무지 끝날 줄 모르던 재판 기간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던 게 사실이다. 사건의 중대성보다는 피고인들이 얼마나 재판 농락을 할 것이냐가 관심일 정도로 그 문제가 심각했다.

피고인들은 현행법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재판 지연 전략을 구사했다. 국민참여재판 신청, 위헌심판신청, 위헌심판신청, 5차례 법관 기피 신청, 기각에 항고 그리고 재항고까지, 온갖 수단을 동원해 1심 재판을 지연해왔다. 이쯤되면 법원을 아니 대한민국 법률체계를 쥐고 흔들면서 갖고 놀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판 지연에 따라 판결이 늦춰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정의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청주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의 고의 재판 지연을 사법시스템의 문제라고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법시스템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판사 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위헌심판신청 판단도, 잇단 법관 기피 신청에 따른 불복 절차의 판단도 결국 판사의 살인적인 업무량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국민은 법률에서 보장한 모든 사법시스템을 활용할 권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인 판사 수를 늘려 심각한 재판 지연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한국의 판사 수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인구 10만명당 판사 수를 살펴보면 독일은 28. 7명, 프랑스는 11명이지만 한국은 6.2명에 불과하다. 판사 1인당 사건 수는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추측이 가능할 정도로 격차가 크다. 한국의 판사는 10년째 3천214명으로 묶여 있다. 2022년 정부가 판사 370명 증원 법안을 제출했지만 감감무소속이다. 청주간첩단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장이 판결 선고 전에 이례적으로 판사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재판장은 법정에서 "최근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정말 부족한 것은 판사 수"라고 지적했다. 국회가 반드시 곱씹어야할 대목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