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 충청매일 ] 변호사의 공익활동 의무상 법원에서 무료로 법률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연령을 보니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 여성이었습니다. 아마도 받지 못하게 된 오천만원은 매우 큰 돈이었을 것이고, 그만큼 간절해 보였습니다. 또한 간절한 만큼이나 법률적으로 많은 정보를 이미 알아본 것처럼 보였습니다. 더 이상 법률전문가의 도움이 필요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고, 왜 힘없는 약자들을 상대로 그런 악랄한 사기 범행을 저지르는 것인지 분노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혹시나 있을까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제가 돈을 받기 위해서 더 법적 조치를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잠시 고민이 깊어 졌습니다. 인간적인 마음으로는 최선을 다하세요, 희망이 있을 겁니다라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전문직인 법률가의 의견인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경험상 이러한 경우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피해회복 즉 돈을 받는것은 어려운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추가적인 법적 수단을 아무리 강구한다 하더라도, 이는 무의미하고 그에 따른 돈과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냉정히 전세금은 포기하고 그 시간에 별 수 없이 다른 돈벌이를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어보는 그 친구 앞에 이런 냉정한 얘기를 해야 하는 것인지라는 고민이 머뭇거린 이유입니다.

 솔직히 이럴 때가 가장 어려운 순간입니다. 결국 그 한마디로 상대방의 희망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부담감과 간혹 아주 예상을 뒤엎는 순간이 있는 만큼 내 의견이 성급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때문 입니다. 마치 의사가 치료에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는 말기암 환자에게 시한부 선고를 해야만 하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솔직히 10년 이상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어봤다고 자평하지만 여전히 이런 일은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에 개입해야만하는 전문직의 숙명과 그 말이 갖는 무게가 여전히 무겁게 짓누릅니다.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더 이상 법률적으로 유효한 수단은 없어 보이고 무의미한 조치에 돈과 시간만 낭비할 수 있습니다. 통상 이러한 사기 유형의 경우 피해회복이 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라고 얘기했습니다. 비겁하게 인간적 용기를 주는 방식으로 회피하기 보다는 냉정하게 법률전문가의 의견을 주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순간 통상 그러하듯 마지막 남아 있는 지푸라기 조차 놓친 실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잠시 무거운 공기가 짓누르는 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리라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돌아가는 그 분의 뒷모습을 보며 솔직히 내가 틀렸기를, 기적처럼 회복하는 환자처럼 기적처럼 피해가 회복되기를 기원했습니다. 그리고 전문가의 현실적인 말이 그 분의 또다른 낭비를 막기를 기대해 봅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