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미원중 교감

 

[ 충청매일] 학교마다 새학년 교육과정 준비기간을 맞아 분주하다. 이 기간에는 전입 교직원과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성찰과 주요 교육정책에 대한 이해, 그리고 업무분장 확정·발표가 이루어진다.

 교감이 하는 일 중 가장 불편한 일이 바로 이 ‘업무분장’이다. 학교 구성원마다 처한 상황과 입장이 다르고, 경험과 니즈가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도 평교사 시절을 겪었으니 업무분장에 대한 교사들의 생각과 딜레마를 모를 리 없다. 다만, 교감이 되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교사의 입장만이 아니라 일반직이나 교육공무직에 대한 입장도 함께 헤아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직렬을 달리하는 학교 구성원 간의 갈등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그동안 학교의 기능과 역할이 확대되고 새로운 업무가 추가될 때마다 서로 치열하게 대립하며, 정면충돌하는 상황까지 가기도 했었다. 교원은 행정업무를 잡무라고 여기고, 일반직은 행정실 인원에 비해 업무가 과중하다고 여기고, 교육공무직은 역할이 불분명한 업무는 모두 자신들에게 떠넘긴다고 여긴다. 어쩌면 기저에 흐르는 이러한 정서가 갈등의 근원일지도 모르겠다.

 2021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은 학교 구성원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 업무분장 시 교육활동 중심의 ‘교사 업무정상화’ 차원이 아닌, 일반직이나 교육공무직까지 포괄하는 ‘학교 업무정상화’ 차원에서 학교업무를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우리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학교업무 재구조화 TF팀’에 반드시 일반직과 교육공무직을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학년 말이 다가오면 학교에서는 업무 재구조화를 시작한다. 전 교직원 협의회를 통해 TF팀을 구성하고, 학교업무 정비에 들어간다. 학교업무 재구조화 TF팀에서는 학교업무를 교육활동, 교무행정, 일반행정으로 구분하고, 난이도와 업무 지속성, 교육적 필요성 등을 기준으로 업무목록을 작성한다. 

 그리고 다시 전 교직원 협의회를 통해 폐지·축소·통합·개선 등 업무조정이 이루어진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업무분장은 학교 구성원 간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은 명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의 다양한 구성원을 한 배에 싣고, 1년의 항해를 시작하는 일은 결코 순조롭지만은 않다. 배에 오르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 짐을 들고 타야 하는데, 아무리 자로 재고 저울로 정확하게 달아도 짐의 무게를 똑같이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더 가벼워 보이는 짐을 서로 들겠다고 하는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이제 다반사다. 

 또한, 특정한 짐을 지우면 차라리 배에서 내리겠다고 엄포를 놓거나 배멀미가 심하니 가벼운 짐을 들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등 출항하기 전까지 그야말로 갖가지 상황이 연출된다. 교감의 설득력과 리더십에만 의존하여 풀기에는 업무분장은 매우 까다로운 숙제이다.

  ‘일복 있다’라는 말이 더 이상 칭찬으로 통하지 않는 시대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업무분장의 주도권을 가져서도 호의를 베푼 사람이 무한 책임의 피해를 보아서도 안 된다. 또한, 누구는 학교에서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누구는 교무실에 앉아서 개인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 연출되어서도 안 된다.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에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는 말이 나온다.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학교업무를 완벽하게 똑같이 나눌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업무분장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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