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바른애그리컬쳐 정찬수 대표

아버지 돕기 위해 용접공에서 청년농부로
로메인 상추 수경(水梗)재배로 수익 창출
협력농장과 하루 1t 생산…연 매출 3억
‘지역공동체 브랜드 기업’ 조성이 목표

 
 
정찬수 바른애그리컬쳐 대표. 
정찬수 바른애그리컬쳐 대표. 

[충청매일 최영덕 기자] 농부가 꿈은 아니었다. 20대 청년 시절 호주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면서 평범한 삶을 보냈다. 높은 급여에도 용접 일의 특성상 위험한 일상과 비자 문제 등으로 해외를 오가며 일에 대한 회의를 느꼈다.

"일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던 중 아버지께서 농사일을 하는 것을 보고 도움을 드리고 싶어 귀농을 선택하게 됐습니다.그때까지만 해도 농사를 업으로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고생을 하면서도 수익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을 보고 새로운 농법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왕 시작한 일 제대로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 본격적으로 농사에 발을 디디게 됐습니다."

수경재배하고 있는 로메인 상추를 살펴보고 있는 정찬수 바른애그리컬쳐 대표.
수경재배하고 있는 로메인 상추를 살펴보고 있는 정찬수 바른애그리컬쳐 대표.

로메인 상추 연중 생산 시설을 갖춘 ㈜바른애그리컬쳐(청주시 흥덕구 신총동) 정찬수(34) 대표. "토경(土梗)을 하고 있는 아버지 농지에 스마트팜을 조성, 수경(水梗)재배 하는 것을 착안, 직접 시설 3개동을 설치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아버지가 해 온 농작물인 열무와 얼갈이 배추 대신 수요가 큰 농작물을 생각하게 됐다. 정 대표는 해마다 커지고 있는 샐러드 시장을 떠올렸다. 지속적으로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량만 맞출 수 있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 대표가 선택한 농작물은 로메인 상추였다.

생소했던 스마트팜 시설을 독학으로 설치했다. 직접 해외 업체를 통해 제품 수입부터 시설을 설치까지 정 대표의 손으로 했다. 초기 비용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마트팜 시설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노하우가 생기면서 반 년만에 로메인 상추 수확을 했고, 온라인 판매를 통해 수입이 생기기 시작해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이 때부터 전체 시설을 수경 재배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 대표의 생각은 적중했다.

"샐러드 시장이 1년 20%씩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로메인 상추를 선택했습니다. 온라인 시장을 통해 로메인 상추를 공급하기 시작했는데 수요를 맞추지 못할 정도로 유통량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샐러드 공장 등 대형업체로부터 계약 문의도 많아졌지만, 대형업체와 계약하게 되면 물량을 못 맞추면서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가 생기는 등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유통만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수경재배하고 있는 로메인 상추에 물을 주고 있는 정찬수 바른애그리컬쳐 대표.
수경재배하고 있는 로메인 상추에 물을 주고 있는 정찬수 바른애그리컬쳐 대표.

농작물 물량 조절을 잘 해야지만 좋은 가격과 좋은 재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정 대표의 농업 철학이다.

이처럼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해지는 것을 느낀 정 대표는 생각했다. 귀농하려 하는 사람들을 도와 ‘협력 농장’을 만들어야 겠다고.

실제 귀농·귀촌 인구가 느는 만큼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역 귀농·귀촌 인구수도 늘고 있다. 성공적인 귀농과 귀촌을 준비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그 중 가장 큰 이유가 작목의 선택, 그리고 재배 성공에도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재배에 성공해도 유통·판매 등 마케팅과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가 귀농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힌다.

정 대표은 귀농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안정적 정착과 수익 창출을 돕기 시작했다. 정 대표의 뇌리를 스친것은 ‘지역 공동체’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협력농장. ‘협력 농장’을 통한 이익 창출로 안정적 농업이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정찬수 바른애그리컬쳐 대표.
정찬수 바른애그리컬쳐 대표.

"귀농을 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이 작물의 선택입니다. 농업은 2~3년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대다수 처음부터 어려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저렴한 초기비용과 효율적인 시설만 갖출 수 있다면 농업을 바로 시작, 빠르게 시설과 물량을 늘릴 수 있어 협력농장 운영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정 대표는 2개 협력농장과 로메인 상추를 생산하고 있다. 협력 농장까지 하루 1t 물량의 로메인 상추를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매출도 연 3억원에 이른다.

"귀농인들의 토지 매입부터, 시설 지원, 기술을 전수해주며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농사를 지으면 유통 및 판로 부분까지 이어주면서 농업을 통해 상생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정찬수 바른애그리컬쳐 대표가 귀농을 꿈꾸는 예비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팜 수경재배 등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농업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강의를 비롯해 현장 교육 등 정기·수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도시농부의 삶,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한 일이지만, 지금은 농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귀농인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정찬수 바른애그리컬쳐 대표가 수경재배하고 있는 로메인상추를 보여주고 있다.

정 대표의 꿈은 협력 농장과 함께 청주 옥산 지역을 샐러드단지로 조성하는 것이다. 앞으로 협력농장을 30곳, 9만9천㎡(3만평) 정도로 확장해 ‘지역공동체 브랜드 기업’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큰 꿈일 수 있겠지만, ‘샐러드계의 하림’이 되고 싶습니다. 샐러드 시장이 확장된 중심에 하림이 닭을 공급한 것이 있기 때문인데, 샐러드 시장에 수요가 많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질 좋은 농작물을 제공할 수 있도록 농가 시장을 형성해야 합니다. 청주 옥산 지역을 품질 좋은 샐러드 단지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귀농인들의 든든한 조력자로 지역공동체 표본이 되고 있는 정찬수 대표의 미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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