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

 

[ 충청매일 ] 그러나 우리 활은 그렇지 않습니다. 과녁 거리가 너무 멀어서 변수가 너무나 많고, 그런 변수를 이겨내는 방식은 장비가 아니라 활량에게 있습니다. 이것은 전통 사법을 오랜 세월 체험한 사람들에게서 가끔 듣는 이야기입니다. ‘가끔’이라고 했습니다. 정말 ‘가끔’입니다. 모든 사람이 그러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과학의 세계에 머물러서 그 너머를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보지 못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안 보려고 몸부림칩니다. 그런 몸부림의 먼 끝에 과학이라는 맹신이 도사렸음을 추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과학의 합리성이 보여주는 한계 안에 안주하려는 것이 논리로 무장한 학도들의 한계입니다.

 이런 한계를 넘어서, 어떻게 하면 전통 사법의 비밀을 풀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고, 없다면 새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이 만듦은 국궁인들의 몫이 아닙니다. 과학도나 스포츠 연구가들에게 남은 일입니다.

 하지만,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전통 사법의 독특한 세계를 조금이라도 풀어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한국이 동양에 속했고, 동양 문화권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 지역이기에, 동양의 전통문화에 눈을 돌리면 적어도 ‘과학’보다는 조금 더 전통 사법의 비밀을 밝히는데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궁금증에 조금이라도 해결의 열쇠를 보여주는 것이 다른 분야의 선행 업적입니다.

 특히 태극권은 내가권 무술로 내력이 300년에 이르러, 나름대로 논리화에 성공했습니다. 그런 성공의 뒷받침에는 2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양생술과 동양의학입니다. 양생술은 주로 도가의 도인법으로 대표되는 방법이고, 동양의학은 경락학이라는 ‘과학’의 요소를 갖추어서, 이 두 가지가 결합된 방법으로 태극권을 접근한 결과, 태극권에서는 ‘발경’과 ‘화경’이라는 독특한 이론을 정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발경이나 화경도 모두 과학의 방법으로 밝혀낼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실험 방법이나 자료의 귀납 방법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어서 오늘날에도 태극권계에서는 과학의 방법에 의존하기보다는 원래 자신들에게 있던 개념으로 설명을 하고 받아들입니다. 그런다고 해서 그게 열등하다거나 문제가 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에게 알맞은 개념으로 자신들의 몸짓을 충분히 설명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전통 사법의 연구에서도 충분히 감안해야 할 사안입니다.

 전통 사법과 관련하여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동양의학의 경락학입니다. 경락은 서양의학의 개념으로는 미신에 불과하지만, 그것은 서양의학의 오만한 태도에서 나오는 결론입니다. 서양의학은 해부학을 바탕으로 하여 발전했고, 해부학은 근대과학의 실체론에 바탕을 둡니다. 어떤 문제 뒤에는 그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보는 방식이죠. 물론 옳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까요? 게놈 지도를 완성한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고, DNA RNA 구조가 다 밝혀져서 일상생활에 응용되는 현실에서도 서양의학과 서양 과학에서는 이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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