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우편집중국장
수필가

 

[ 충청매일]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들이 와 가족여행도 하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짧은 기간 동안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데 마치 꿈같다.

 빨리 만나려고 공항에 마중 가려 했는데, 서울에서 볼일을 먼저 보고 친구들 만나고 청주로 온다며 힘들게 공항에 나오지 말라 하여, 아들 의사를 존중해 집에서 맞으며 만남의 기쁨을 나눴다.

 집 오는 날 저녁은 어디서 먹을까 하다, 동생이 온다는 소식을 알고 해외에 거주하는 딸이 보낸 쇠고기가 마침 도착하여 맛있게 먹었다.

 여행지는 사전에 어디로 할까 논의 끝에,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의 추억이 남아있는 필자의 전 근무지 바닷가 충남 태안으로 정했다.

 첫날 숙소는 만리포 옆 의항해수욕장 인근인데, 재직 시 만리포 우체국 갈 때 자주 지나던 길이라 낯도 익고 바다 전망이 좋아, 아내와 셋이 술도 한잔 하면서 밤늦도록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

 아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가져간 고구마를 구울 요량으로 장작불을 피우려 했는데 불이 시원찮아 답답해했다.

 기다리다가 어린 시절 장작불을 자주 피워본 경험이 있는 필자가 나서 불을 피우고 고구마를 구워 주자 아들과 아내는 맛있게 먹었다. 

 아침은 전에 단골로 이용했던 식당에 주인도 만날 겸 기대하고 갔는데, 주인이 보이지 않아 어디 갔느냐고 물으니 몇 해 전에 그만두었다고 하여 실망이 컸고 하는 수 없이 안부만 묻고 왔다.

 만리포 뱃사장을 돌며 가볼 만한 곳을 찾으니, 유류 피해극복 기념관이 있어 서둘러 찾아가 관람하며 지난날을 회상해 보았다.

 전시장 입구 안내원이 유류 피해 당시 자원 봉사한 사람들을 신청받아 명예의 전당에 올린다고 하여 성함을 대니, 전광판에 홍석원이란 이름이 나와 기쁘고 흐뭇했다. 

 2007년도 피해 당시는 태안서 이임하여 조치원 근무하고 있을 때인데, 사고 소식을 접하고 태안우체국 직원들 봉사활동 할 때 참여하고, 얼마 후에 조치원 직원들 전체 봉사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기념관 관람을 마치고 바닷가 커피숍에서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추억을 남기고 만리포 일정을 마쳤다.

 둘째 날은 방포해수욕장 인근에 숙소를 정하고 안면도 수목원도 걸어보고 바닷바람 쐬며 가족의 정을 쌓고 추억을 남겼다.

 청주로 오는 길에는 전에 가족끼리 가본 적이 있는 병천에 들러 순대국밥을 먹으며 여행 일정을 마무리하고 아들은 또 서울로 갔다.

 출국 며칠 앞두고 다시 청주에 와 조상 산소에 성묘하고, 아들이 고향에 올 때마다 찾는 식당에 가 식사하며 옛맛을 음미하고, 부모와 재미있는 추억을 남기기 위해 셀프 사진관에 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며칠 동안 아들과 여행도 하며 그야말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데, 아들은 어느새 일정을 마치고 자기 일상으로 돌아가 일을 하고 있다고 하니 꿈만 같은 짧은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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