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복 청주사진아카이브도서관장

 

[ 충청매일 ] 사진을 가르쳐 보겠다는 욕심에 무턱대고 강좌를 개설한 것이 2012년이다. 지역의 한 서점에서 문화강좌로 시작을 했고 몇 분이 참여해 주셔서 일 년 정도 수업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강사가 무언가 가르쳤다기보단 참여자가 수업을 들어주셨다는 표현이 적합하지 싶다. 이후 무턱대고 강좌를 개설하기보다는 지역 생태계를 공부하기 위해 시간을 보냈는데, 오래된 사진협회가 있었고, 꽤 많은 동아리가 활동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진 교육은 평생교육원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렇게 나도 학교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물론 순탄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신규 강의 개설을 거부했다. 이유는 다양했고, 매년 반복적으로 개설이 거부되었다. 2018년 드디어 청주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개설 승인을 해주었는데, 그마저도 조건부로 겨우 개설이 가능했다. 그렇게 시작된 수업이 ‘사진 포트폴리오’ 수업이다. 이 수업은 본격 사진 공부를 통해 작가가 되는 과정으로 예술가적 삶을 경험해 보는 과정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 내 삶의 이야기 등을 사진 문법으로 해석해 전시하는 수업으로 심화 과정이었다. 지금은 학교마다 이런 포트폴리오 수업이 개설되어 운영 중이지만 당시에는 아주 생소한 수업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무모해서 가능했던 수업으로 그때까지만 해도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작가가 되고 싶어서 공부한다고 생각했다. 후에 알게 된 사실로 대부분 사람은 취미, 여가의 개념으로 사진을 공부하고 있었고, 학습보다 커뮤니티 활동에 크게 비중을 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실상 내가 학교에서 공부했던 사진학의 내용들보다는 지역에, 사회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교류의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평생교육원은 그런 곳이었던 셈이다. 

 지역에서 만들어진 사진 문화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조사하고, 동아리와 협회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들도 살펴보기 시작했다. 타 강좌를 수강하는 사람들을 만나 무엇을 배우는지 자주 여쭙기도 했다. 전부 생소한 내용들로 때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많았지만 그것조차 청주에서 생겨난 사진 문화라 생각해 대부분 받아들였다. 

 2016년 청주시립미술관이 생기고, 충북 사진사 연구를 통해 전시를 준비할 때의 일이다. 그때 사진에 관심이 많던 학예연구사의 협업 요청으로 같이 전시를 준비했었는데, 심도있게 지역 생태계를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연구를 마치고 2022년 ‘김운기 작가’ 개인전에 들어가 사진을 편집했다. 

  세상에 공개된 보편적인 정보들을 수집해 지식이라 생각하고 겁 없이 시작했던 그날의 첫 수업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지금도 강의는 어색하고 늘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평소에 생각하는 고민과 향유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의 갭은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가르치고, 배우며 서로 다가가는 노력은 매우 소중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건강한 문화는 서로 서로의 노력을 존중하며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도 여러 강좌와 전시들이 계획되어 있다. 무탈하게 사진가와의 교류가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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