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란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 충청매일 ] 코로나 이후 도서관에도 온라인서비스가 늘었다, 다양한 디지털콘텐츠의 양적 증가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다양한 강좌를 진행하고, 디지털로 이용자와 소통한다. 지난 여름에는 챌린지 형태의 온라인독서커뮤니티 ‘30일 클럽’을 실험적으로 운영했는데 실로 시민의 반응이 뜨거웠다. ‘30일 클럽’은 책 한권을 한달에 완독하기 위해 분량을 쪼개어 매일의 목표량을 정하고 신청한 사람들을 모아 온라인 단톡방에서 매일독서를 인증받는 방식이다. 도서관에 오지 않는 시민들에게도 독서를 독려할 수 있다는 틈새 프로그램으로 효과가 좋았다. 

 소개할 책은 ‘30일 클럽’에서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김만권의 ‘새로운 가난이 온다’라는 책이다.

 이 책은 한창 코로나의 위험이 절정에 달했던 2021년에 출간되었다. 저자 김만권은 정치철학자로 인공 지능 시대의 문학을 고민하는 ‘콜렉티브 휴먼 알고리즘’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변화의 시대를 다루며 학자들의 새로운 개념을 많이 소개하고 있고, 무엇보다 세심한 일타 강사처럼 알기 쉽게 설명하여 흡인력 있게 읽힌다. 

 급속한 디지털 기술은 노동의 모습도 바꾸어 놓았다. 모두가 인정하듯이 스마트폰은 우리 몸의 일부가 되었고 모든 일상생활을 스마트폰 속의 앱과 함께 하고있다. 따라서 온라인노동자가 크게 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플랫폼으로 위탁을 받아 일하는 배민라이더스, 쿠팡 플렉스, 카카오드라이버 퀵서비스, 택배 기사 등은 노동자가 아니라 독립사업자다. 플랫폼 기업들은 세계를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교체 가능한 일할사람들이 넘치기 때문에 턱없이 착취하고 있다. 

 이 책은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에는 지난 10년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을, 2장에서는 디지털 기술로 인한 특이점의 시대를, 3장에서는 플랫폼 자본의 잔인한 모습을, 4장에서는 소수의 부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양극화의 모습을 5장에서는 잉여가 되어버린 소외된 노동과 빈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6장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드디어 답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동안 먼나라 이야기처럼 막연했던 이슈들이 우리의 이야기로 명징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제2기계 시대에는 누구나 노동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므로 노동의 인식을 바꾸자고 한다. 노동은 더 이상 생존의 수단이 아닌 표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또 인간이 기계와 파트너쉽을 맺을 권리, ‘디지털시민권’을 인간다운 삶의 조건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 인식이 전환과 연대가 사회적 안전망이 위태로운 시대에 인간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회적약자를 생각하는 그의 세계관, 뜨겁게 외치는 그의 목소리, 행간에 넘치는 그의 마음이 아주 가깝게 다가온다. 내 불안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고 내 이웃을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책이다. 세상이 위험하다고 생각한 적 있는 사람, 미래가 불안하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필독해 보길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