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내과 원장

 

[ 충청매일 ] 외래에서 노인 환자들을 보다 보면 식욕부진이 심해 식사를 못해서 영양제를 맞으러 오는 분들이 꽤 많다. 이러한 분들은 검사를 해봐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결국 식욕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영양실조에 빠지지 않도록 대증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이처럼 노인에서 흔한 식욕부진과 체중감소의 원인 및 치료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노인에서의 식욕부진의 원인은 현재 여러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밝혀져 있는데 크게 생리적 원인과 심리적 원인, 급만성 질환에 의한 원인으로 나눌수 있다. 

 생리적 원인으로는 노화에 의한 후각 소실과 시력 감퇴, 미각의 변화를 가장 크게 들 수 있는데 65세 이상의 60%, 80세 이상의 90%가 젊은 사람과 비교하여 10% 미만의 후각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노인에서 위 기저부(fundus)의 탄성 변화도 식욕부진의 원인인데 위 기저부의 탄성이 감소하면 적은 양의 음식으로도 뇌에 포만감을 느끼는 신호를 보내게 되고 포만감을 조절하는 호르몬(그렐린, 렙틴)의 분비를 촉진하여 더 빨리 포만감을 느끼게 만든다. 노화가 진행되면 신기능이 감소하여 포만감 호르몬인 콜레시스토키닌(CCK)의 혈중 농도가 증가한다. 또한 중추성 섭식중추에 작용하여 음식 섭취량을 증가시키는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의 활동이 노화에 의해 감소하면서 식욕이 억제된다. 

 식욕은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받는데 노인에서의 우울증은 노인 체중감소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이며 노인 장기 요양시설에서 체중이 감소한 거주자의 영양결핍 원인의 36%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 만성질환도 노인에서 식욕부진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독감이나 폐렴 등의 급성 감염성 질환 후에 심한 식욕부진이 시작되어 몇 주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이외에 암이나 폐질환, 심장질환 같은 만성질환에서도 식욕부진이 잘 생길 수 있다.

 노인에서 식욕부진이 심해지면 건강과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우선 식욕부진의 사회적, 심리적, 생리적 원인을 찾아 치료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이것만으로 호전이 없을 경우 식욕 촉진제와 같은 약물적 방법도 고려하여야 한다. 식욕부진에 대한 생활 요법으로는 평소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되도록 여러 명이 식사를 하도록 한다. 음식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식간에 간식을 추가하며 식사는 소량으로 자주 하는 것이 좋다. 음식은 씹기 쉽고 잘 넘어가는 음식을 제공하며 변비나 설사가 있을 경우 약물로 조절을 하도록하고 정기적인 운동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한다. 

 이런 비약물적 요법에도 호전이 없으면 약물적 치료를 병행하게 되는데 메제스테롤(megesterol acetate)과 시프로헵타딘(cyproheptadine)이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이는 약물이다. 시프로 헵타딘은 항히스타민제 계열로 졸음, 현기증 구강 건조 등의 부작용이 흔해 현재는 메제스테롤을 주로 사용한다. 노인에서의 식욕부진에 대한 치료는 단일 접근법 보다는 다양한 전략을 통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개별환자의 요구와 상황에 맞추어 치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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