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매일 ] 급기야 초등학교 아동들이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정책이 등장했다.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 등을 우선순위로 두고 추진하던 늘봄학교가 누구나 구분 없이 모든 1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1학기 전국 초등학교 44%에 해당하는 2천700여개교, 2학기 모든 학교에 ‘늘봄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며 초등학교 1학년 학생에겐 ‘대기·탈락’을 없앨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학교는 학부모에게 수요를 조사한 뒤, 학생이 머물고 싶은 시간까지 늘봄을 제공하고 듣고 싶어 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된다.

그동안 돌봄·방과후 이용 희망자가 많은 학교는 저소득층, 맞벌이가정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거나 추첨을 진행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돌봄·방과후 수요-공급의 불일치가 늘봄학교 탈락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초등학교 수업을 마친 뒤 돌봄을 받을 학생은 돌봄교실, 방과후 프로그램을 수강할 학생은 일반교실이나 특별실로 이동했다. 공간이 다르고 운영 시간이 겹쳐도 학부모는 두 서비스를 각각 신청해 참여했다.

학교는 원하는 학부모가 있다면 최장 8시까지 늘봄교실을 운영해야 한다. 다만 지난해 오후 5~8시 저녁 돌봄에 참여한 학생은 전국에서 8천562명에 불과했는데 이 같은 수요가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설령 수요가 적다 하더라도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수익자 부담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했던 저녁식사 비용도 올해는 교육 당국이 전액 지원한다.

아동돌봄 정책이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맞벌이 가정의 아동을 보호할 곳이 없어 학교가 일정 부분 전담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만 1학년 아이들이 오전 8시 쯤에 등교해 저녁 8시까지 12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좀 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더 나은 적극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당장 1학기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면 학교는 준비가 돼 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졸속 정책이 돼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아동돌봄 정책은 교육부뿐 아니라 자치단체, 각 마을 단위 등이 연합해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교육부가 아동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학교에 늦게까지 머물게 한다는 것은 무엇을 잃을 것인지도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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