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편한 법률사무소' 박융겸 변호사

사업 위해 법 공부하다 법조인 입문
2년째 매년 1천만원 위기아동 후원
장학회 설립 청년 법조인 육성 목표
"30년 흐른 후에도 법정 서있겠다"

 
박융겸 변호사가 자신의 법률사무소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융겸 변호사가 자신의 법률사무소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농사꾼이 꿈이었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과일 농사를 짓고, 이를 유통하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농사는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작동한 것 같다. 그런데 현재 직업은 변호사다. 법을 접하게 된 계기는 어설펐다. 과일 유통사업을 하려면 우선 법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때문에 법학과로 진학했고, 법에 흥미를 느끼면서 졸업할 즈음에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을 통해 자연스럽게 변호사가 됐다. ‘참편한 법률사무소’ 박융겸(38·변호사시험 5회) 대표변호사의 ‘희한한’ 법조인 탄생기다. 울산이 고향인 박 변호사에게 충북 청주는 제2의 고향이다.

"사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청주로 내려오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냥 지방은 경쟁이 덜 심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거죠. 어느 지역으로 갈지 고민하다가 SK하이닉스와 LG가 있는 청주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변호사는 경청하는 자세가 기본 소양이다. 억울한 얘기를 듣고, 다양한 해석을 통해 법률지식을 안내하는 게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변호사는 그에게 천직이다.

"법률사무소에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 좋은 일로 오시는 분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억울한 사연을 누구에게든 얘기하기를 원하십니다. 다행히 저는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고, 얘기 듣는 것도 즐깁니다. 저를 정의하자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변호사’입니다. ‘참편한 법률사무소’로 상호를 정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박 변호사는 여타 변호사들처럼 사회활동 반경이 넓다. 다만 방향성은 다소 차이가 있다. 영업적인 측면보다는 ‘봉사’에 방점을 찍었다.

‘청주를 사랑하는 청년들의 모임’, ‘서원구기업봉사대’, ‘월드비전 충북사업본부 후원이사회’,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충북지부 취업재정위원회’ 등이 그의 활동 단체다.

이들 단체는 봉사가 주축 활동이다. 길거리 정화활동, 집수리 봉사, 아동 후원, 아프리카 식수우물개발, 출소자 취업활동 지원 등이다.

박 변호사는 유난히 아동복지에 관심이 많다.

"가정환경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철드는 아이들을 보는 게 가장 가슴이 아팠습니다. 힘겹게 살아가는 어른들도 많고, 도움이 절실한 사회적 약자들도 많은 거 압니다. 그래도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힘겨운 가정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입니다. 여력이 된다면 아이들을 돕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습니다."

 

 

박융겸(오른쪽) 변호사와 그의 아내 김소라(가운데)씨가 위기아동 지원을 위해 1천만원을 기탁했다.

 

박 변호사는 매년 1천만원을 위기아동 후원금으로 내놓고 있다. 이제 2년째이지만 평생 후원자로 남을 생각이다.

박 변호사의 아동 후원 배경에는 ‘아내’라는 확실한 지원군이 있어서 가능했다. 아내 김소라(36)씨는 아프리카 가나에 있는 해외 아동을 수년째 후원하고 있다.

"아내도 저와 마찬가지로 힘든 환경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미래가 가장 눈에 밟힌다고 하더라구요. 아이들에게 지원하는 사업에 기부하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동의를 해주더라구요. 사실 1천만원은 저희 가정에도 큰 돈인데, 함께 해주니까 든든하고 고맙습니다."

박 변호사가 꿈꾸는 아동복지의 완성은 평생 멘토 역할을 충실히 하는데 있다. 어릴 때부터 후원을 지속적으로 해 직업을 갖고 사회에 어엿한 구성원으로 나갈 때까지 ‘키다리 아저씨’가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로스쿨 장학회 설립을 통해 법조인을 꿈꾸는 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는 ‘튼튼한 울타리’가 되는 게 목표다.

"어른인 우리도 삶을 살아가는데 목표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목표 자체가 생활하는데 원동력이 되고 동기부여가 되죠. 목표라는 게 사람을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목표’라고 부르는게 아이들한테는 ‘꿈’이라고 봅니다.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어야 관심사도 생기고, 몰입해서 배우는 것도 생길 수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가정환경 때문에 아이들이 꿈을 포기해야 한다면, 꿈을 가질 수 없다면 어떤 에너지를 갖고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꿈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박융겸 변호사.
에너지 넘치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박융겸 변호사.

박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에너지가 넘쳤다.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에너지가 충만하다’라고 했다. 억울한 사연을 싸매고 법률상담을 온 의뢰인들도 자신과 얘기를 하고나면 웃으면서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가득 자랑을 늘어놓았다.

"많은 분들이 ‘에너지가 좋다’고 칭찬을 해주시는 것을 보면 그게 저희 가장 큰 장점인 거 같아요. 제가 가진 에너지를 웃음과 함꼐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변호사로서의 포부도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손해배상 분야의 법학 주석서(연구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를 집필하는 것이다. 주석서 집필진으로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법학에 대한 학문적, 실무적 깊이를 인정받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의 미래가 궁금했다.

"박변, 30년 뒤에는 뭐하고 있을 거 같아요"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 기가막히다. "30년 뒤면 70세. 그 때도 법정에 서있을거예요."

‘70세 박융겸 변호사’와 그가 설립한 로스쿨 장학회를 통해 어엿한 법조인으로 성장한 ‘청년 변호사’가 법정에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박 변호사의 최종 목표가 이뤄지는 날일 것이다. 그가 한바탕 크게 웃는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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