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

 

[ 충청매일 ] 미분과 적분은 절대 시간과 절대 공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뉴턴이 만든 수학 방법입니다. ‘절대’라는 말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가 나와서 붙은 말이죠. 그전에는 그냥 시간과 공간이었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된다고 전제되었습니다. 이 당연한 전제가 아인슈타인에 와서 깨진 것이고, 그래서 누구에게나 공간은 상대성이 있다는 뜻에서 뉴턴의 시간과 공간 앞에는 ‘절대’라는 말이 붙었습니다.

 뉴턴 시대의 사람들은 속도와 공간의 변수를 계산하는 방법이 절실했습니다. 타원으로 도는 물체의 속도와 공간의 너비는 일정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뉴턴은 시간의 문제를 셈하려고 미분을 만들었고, 공간의 문제를 셈하려고 적분을 만들었습니다.

 이 사실은 아주 중요한 점을 암시합니다. 어떤 새로운 세계를 헤아리려면, 반드시 그에 따르는 새로운 방법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기하학도 그리스 시대에는 평면기하학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는 고전 기하학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고는, 둥근 지구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하학이 탄생합니다. 어찌 보면 이것은 아주 당연한 것입니다. 새로운 사실을 밝히기 위한 ‘방법’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 옳습니다. 스페인 군대가 타고 온 말을 처음 본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공포에 떤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말이라는 새로운 동물이 어떤 특성을 지녔는가를 파악하기 전에는 말의 모든 것이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마주친 전통 사법의 세계가 그렇습니다. 전통 사법의 세계는 지금까지 인류가 가보지 못한 최고의 수준에 올랐습니다. 오늘날 스포츠 역학에서 동원되는 갖가지 과학 기술이 적용되어도, 그 비밀이 밝혀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왜냐하면, 아직 인류가 가보지 않은 곳까지 올라섰기 때문입니다. 에베레스트를 사진을 찍어서 보는 사람이 에베레스트 정상의 느낌을 말하려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전통 사법의 세계가 제대로 드러나려면 그 세계를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합니다.

 앞서, 전통 사법의 이론화에 걸림돌이 되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했습니다. 거기에 소개된 사격술론, 물리이론, 사전학은, 오늘날 모든 영역에서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방법론들입니다. 그런데 국궁의 전통 사법에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고 단정한 것은, 바로 우리 활의 사법이 인류의 경험 속에서 가장 높은 단계에 다다랐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방법론이 나와야 한다는 점을 말하려 한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방법으로 전통 사법을 분석하고 나면, 개운하기는 하겠지만, 그만큼 찜찜함이 남습니다.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은 일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내가 한 순 5시를 쏴도, 어떤 살은 바람을 이기고 가지만, 또 어떤 살은 바람에 떠밀립니다. 조건은 똑같은데 결과는 달라집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앞서 말한 방법론으로 설명은 되겠지만, 답이 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입니다. 양궁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양궁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습니다. 거의 사격술 수준에서 설명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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