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우편집중국장
수필가

 

[ 충청매일 ] 단골이란 단어는 친근함과 정을 느끼게 하며, 주인이나 손님 즉 공급자나 수요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편안하고 듣기 좋은 말이다.

 일반적으로 가게나 거래처 따위를 정해놓고 찾아오거나 거래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삶의 편익을 위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존재다.

 단골로 시작하는 말의 대표는 단골손님과 단골집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공급자에게는 단골손님이고 고객 입장으로 보면 단골집이 된다.

 필자의 경우 단골집 하면 이발소와 식당이 생각난다. 이발소는 한번 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곳으로 이사 가거나 주인이 바뀌기 전에는 여간해서 옮기지 않고 계속 이용한다.

 인연과 관계를 중요시하는 성격이라 식당도 새로운 곳을 찾기보다는, 전에 가보았거나 잘 아는 집을 정해 단골로 이용하곤 한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아무거나 잘 먹는 편이라 그런데, 음식의 맛보다는 주인과의 관계나 이용 편의에 따라 단골집을 정해 이용한다.

 직장 재직 시 이곳저곳 다니면서 기억에 남는 단골집이 셋 있다.

 첫 번째 단골집은 결혼 전 직장 초년시절에 다니던 식당이다.

 그때는 대부분 장부에 적어 놓고 외상 거래를 주로 하던 시기라, 공급자나 수요자 서로에게 단골이 필요했다.

 그 집은 직장 선배가 단골이라 따라다니다 단골이 되었는데, 선배가 단골이 된 사연이 재미있고 영업하는 사람에게는 참고가 될만하다. 

 어느 날 친구들끼리 어디 갔다 오다 돈이 떨어졌는데, 다짜고짜 들어가 우리 돈이 없는데 술 좀 먹을 수 있냐고 하니까 두말 아니하고 외상을 준다고 하는 말에 인연이 시작되어 직장 단골집이 됐다.

 두 번째 단골집은 충남 태안 만리포에 있는 식당이다. 그 시절 만리포에 수련원이 있어 손님들이 자주 와 아침 식사하던 곳인데, 이 집은 주인이 말을 구수하게 잘해 단골로 이용했었다.

 손님하고 가면 주인이 유머 있게 말을 하여 분위기를 즐겁게 해주어 편안했는데, 떠나오고서도 한동안 그쪽 방면 가면 찾곤 했었다.

 세 번째는 직장 재직 시 영업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은 식당이다.

 우체국은 국가에서 관장하지만, 특별회계로 운영되기 때문에 제반 비용을 국민의 세금이 아닌, 우편이나 금융 등의 수익으로 충당하여야 하므로 전 구성원이 영업을 해야한다.

 이 집 역시 처음에 상사가 단골로 이용하던 곳인데, 그 집에 가면 자연스럽게 상사나 동료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용하기 시작하여 단골이 됐다.

 내가 먼저 그 집 단골이 되고 또 그가 우리 단골이 되어, 우리 사업인 보험을 신상품 나올 때마다 본인도 가입하고 다른 사람도 소개해주는 등 서로가 단골이 되어 재직 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한번 맺은 인연을 버리지 않고 오래도록 이어가기 때문에 단골집을 선호하는데, 단골이란 말은 언제 들어도 정감이 있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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