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복 청주사진아카이브도서관장

 

[ 충청매일 ] "카메라를 들고 처음 찍어본 피사체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집, 가족, 개인의 일상에 관한 사진은 매체가 처음 발명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사랑받았던 장르이다. 롤랑바르트는 어머니의 사진을 통해 ‘밝은 방’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국내 사진책 베스트셀러 ‘윤미네 집’에서도 비슷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는데, 아버지가 딸의 일상을 꾸준하게 바라보며 특별한 가족애를 표현하기도 했다. 니콜라스 닉슨의 ‘The Brown Sisters’는 현대 사진에서 가족사진이 얼마나 큰 위상을 보여주는지 잘 드러내고 있다.

 청주에서 열리는 사진 전시 중 은근히 보기 어려운 사진이 가족사진이다. 나를 이야기하고 표현하는게 예술적 행위의 기본이라 하는데, 나와 가장 많은 연결점을 가지고 있는 집과 가족이야말로 가장 나다운 사진의 소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가시간을 만들어 여행을 다니며 일탈의 기록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소중하게 가꾸는 것들을 발견함으로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

 사진의 기본은 사랑이다. 피사체에 대한 마음의 시선이 없다면 좋은 사진은 나올 수가 없다.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게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부모님을 사랑하는 것도 표현하지 못하고, 자녀들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부부도 크게 다르지 않고, 친구를 사랑하는 것도 그리 간단하지 않다. 어쩌면 사진은 사랑을 드러내는 가장 편안한 도구가 아닐까 질문해본다.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사진전을 기획하며 썼던 글의 일부이다. 집과 가족에 대한 기록 사진전으로 일종의 사진 문화 운동이라 생각하며 준비했던 전시였다. 과거 필름 시절에는 ‘나’ 중심의 사진을 찍고 앨범을 보며 즐기는 일을 자주 해왔지만 디지털 사진으로 전환되며 가정의 기록이 소외되고 있다. 특히 유아기의 사진들이 사라지고 있는데 안타까운 현실이다. 물론 각자의 메모리 안에 모여 있겠지만 삭제 위험도 크고, 정리되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찾아보기도 어렵다.

 사진 활동을 하는 분 중 적지 않은 분들이 수십 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렇게 오래 할지 몰랐다고 하는데, 활동이 누적되고 투자도 많아지며 결국 값비싼 카메라도 사게 된다. 이런 카메라를 활용해 나의 인생을 더욱 섬세하게 기록해 보는 것도 권유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적인 이야기들을 조심스럽지만 공적인 발표가 가능하게 만들어보는 것도 필요한 노력이다.

 ‘즐거운 나의 집’ 전시 참여 작가들이 말하길, 가족들을 내세워 전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당사자들이 작품을 보러 와서 너무 좋았고, 집에 돌아가서도 전시에 대해 토론하고, 소소한 기록이지만 작가가 되었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도 했다. 더불어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가족들도 추후 기회가 생기면 본인들도 찍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개인사의 기록만 남겨보자는 의도는 아니다. 매일 변화하는 자연, 끊임없이 움직이는 도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숨은 이야기 등 사진가들 손길을 기다리는 수많은 피사체들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인생을 돌이켜보는 그날을 떠올리며 좀 더 가치있는 활동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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