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미원중 교감

 

[ 충청매일 ] 때때로 교사들은 단지 ‘방학’이 있다는 이유로 눈총을 받는다. 이 불편한 시선은 1997년 IMF 외환 위기 시절 표면화된 것 같다. 당시 사기업은 너나 할 것 없이 줄도산을 했고, 그 여파로 실업자 수는 200만명을 넘겼다. 다행히 IMF 외환 위기는 조기에 종식되었지만, 그 이후 경제가 어려워지고 극심한 취업난에 실업률이 치솟을 때마다 정년을 보장받는 공무원들은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인 동시에 ‘철밥통’이라 하여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특히나 교사들은 "방학 때 놀면서 월급을 받는다"라는 그릇된 인식 확산으로 유독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잠시 다른 관점에서 ‘교사의 방학’을 생각해 보자.

 첫째,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직업이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간한 ‘한국직업사전 통합본 제5판’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에는 1만6천891개의 직업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렇게 직업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그 특성 또한 각양각색(各樣各色)이다. 따라서 방학은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 중 하나로 보아야 한다. 

 물론 다른 직업이 갖고 있는 특성에 비해 방학이 ‘매력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교사들에게는 방학이 있는 대신에 다른 기관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별도의 연가보상비가 없다. 또한, 제도적으로 연가 사용이 보장되어 있기는 하나, ‘학교’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것이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다. 따라서 교사의 방학은 논란거리로 접근하기보다는 직업의 다양성과 특수성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모든 직업이 존중받고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교사들은 ‘교사라는 이유’로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많은 부분을 참고 감내한다. 또한, 전통적으로 교사들에게 요구되는 더 엄격한 도덕적 기대 수준과 품위 유지를 위해 애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7월 25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0.23% 포인트) 결과를 보면, 참여 교원 3만 2,951명 중 99%가 교사를 ‘감정노동자’라고 인식했고, 응답자의 97.9%는 민원 스트레스 정도를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감정노동이란, 직업상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정해진 감정표현을 연기하는 일을 말한다. 만약, 자신의 감정을 관리해야 하는 일이 업무의 40% 이상이라면 감정노동자에 해당된다. 감정노동을 오랜 기간 하게 되면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이나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등 우울증을 동반한 심리적·정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정신질환이나 자살에까지 이를 수 있다. 따라서 교사에겐 ‘방학’이란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고, 이 기간동안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하며 다음 학기를 새롭게 준비하는 것이다.

 셋째, 학기 중에만 학생 신분이 아닌 것처럼 교사도 학기 중에만 교사인 것은 아니다. 교사들은 방식의 차이는 있으나, 방학 때 자기 연찬의 시간을 갖는다. 혹자는 "방학 때 공항에 가면 죄다 교사더라"라며 조롱 섞인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사의 경험은 곧 학생들에게 풍부한 수업 재료가 된다. 다양한 견문을 통해 얻은 감동은 고스란히 수업 속에 녹아 들어간다. 대자연과의 만남, 세계적 유적과 유물들은 교실 곳곳에서 생생하게 살아난다. 교사의 국외자율연수가 단순한 해외여행과 다른 점이다.

  교사의 일상은 그 자체가 모든 교육적 의미를 함의한다. 교사가 번아웃 되었는데, 과연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교사의 방학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은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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