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매일] 제22대 총선이 눈앞인데도 선거제 개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특히 선거구 확정 지연도 문제지만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놓고 여야가 합의를 미룸으로써 끝내 지난 21대 총선의 ‘진흙탕’ 선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비이명계 의원이 소속한 ‘미래대연합’은 피습 보름 만에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대표에게 "적대적 정치를 다시금 조장할 것이 아니라 선거제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대연합은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데다 지난 총선에서 ‘꼼수’ 위성정당이라는 신조어를 낳았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분위기로 기우는 듯 하자 작심 비판하고 나선 모양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의 독식을 막고 군소 정당의 원내 진출을 늘리자는 명분으로 지난 총선에서 처음 시행됐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당에 의석수를 배분한 뒤,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그보다 모자랄 경우엔 비례대표로 채워줄 수 있어 신당의 원내 진출이 비교적 용이한 제도로 꼽혔다.

하지만 거대 양당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어 준연동형 도입 취지를 무력화시켰다. 정당 난립에 자격 미달의 인사들이 국회에 입성하는 부작용도 속출해 민주당은 일찌감치 선거제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재명 대표는 ‘위성정당 없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기까지 했다. 그러나 최근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움직임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표 분산을 방지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범민주·진보 개혁 진영이 모두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문제투성이였던 지난 총선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직 의석수 확보만을 위한 ‘꼼수 정당’의 부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선거 뒤 해산하거나 혁신 정당으로서의 역할은 포기한 채 거대 양당의 2중대로 전락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피곤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표를 방지하고 소수 정당의 다양한 정책과 민의를 국정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런데 이를 희화화하는 정치만 되풀이되고 있다. 여야는 당장 위성정당 금지를 제도화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유권자들도 잇속만 챙기는 국회의원들을 심판해야 한다. 다시 한번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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