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옥 청주오창호수도서관 사서

 

[ 충청매일] 평소 ‘담백하다’라는 어휘는 음식 맛에 대해 평가할 때 쓸법한 어휘로 생각했다. 그런데 삶, 사랑, 인간관계에 있어서 더 편안해질 수 있는 방식으로 담백하게 살라고 말하는 작가가 있다. 담백한 인간관계란 어떤 것인지 대충 짐작되는 바는 있지만 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하드커버 책표지를 넘기자 마자 나는 ‘이제는 대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 양손에 이것저것 꽉 쥔 채로 살고 싶지 않다’, ‘내 삶에 필요한 것과 쓸모없는 것을 구분하면서 단순하고 담백하게 삶을 살아가고 싶다’ 이 두 문장에서 이 책은 분명 나를 위한 것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읽는 내내 불안과 예민도가 높아 사회적 관계, 특히 가족관계에서 스트레스가 많은 나에게 ‘좀 더 편안해져도 좋다’라고 이야기해주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기질적으로 예민한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엄마로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자책과 후회를 반복한다. 다른 어떤 관계보다 자녀관계에 있어서 담백함을 발휘하지 못하는 나 때문에 아이도 괴롭고 엄마인 나도 괴롭다.

 담백하게 산다는 것은 불필요한 감정은 걸러낼 줄 알고, 사랑받기 위해 욕심 부리지도 않고, 외롭다고 칭얼대지 않고, 떠난 관계에 미련 두지 않고, 괜한 갈등에 시간 낭비하지 않고, 내 삶에 필요한 것을 구분하면서 단순하고 의연하게 삶을 살아가는 태도라고 작가는 말한다. 담백함은 ‘지나친 기대를 내려놓을 때 느끼는 기분’이라고 한다.

 다른 어떤 관계에서는 누적된 경험과 그 과정을 통해 얻은 교훈으로 ‘기대를 내려놓는다’라는 처방을 받아들여 편안해진 상황이지만, 자녀와의 관계에 있어서 만큼은 그 방식을 받아들이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결국 엄마인 나와 자녀 모두 편안해지는 길은 작가가 권하는 담백하게 사는 방식을 최대한 빨리 받아들이고 엄마인 내가 담백해지는 길임을 알고 있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내가 태어났을 때 환경이 어떨지, 부모가 나를 사랑해줄지, 내 인생이 어떻게 풀리지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에 내던져지는 존재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 실존 자체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작가는 불안을 이기기 위해 인간은 더 파괴적인 행동을 한다고 하니 인간 본연의 기질을 이해하고 그 본성에 지지 않기 위해 담백하게 살기를 평생의 숙제로 여기고 실천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 역시 나의 불안을 자녀에게까지 전이시켜 잘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작가는 조금이라도 담백하게 살고 싶다면 불안한 감정에서 바로 나와 현실에 집중하라고 한다. 

 신체적 건강을 얻기 위해 운동이라는 노력을 하는 것처럼 마음의 부정적 정서를 덜어내는 데에도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니 오늘부터 더 힘차고 강하게 불안과 부정의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담백하게 생각하고 사는 법을 실천해봐야겠다.

 나는 ‘담백하게 산다는 것’을 읽으면서 자녀와의 관계에 투영을 하면서 읽었지만 이 책은 수십 년간 인간관계를 분석해온 저자 양창순 정신과 전문의의 관계 심리학의 결정판이다. 

  저자는 아미 스테디셀러가 된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를 통해서 50만 독자들의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속 시원히 해소해준 경험이 있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않고는 살기 어렵다. 누구나의 소망인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건강한 인간관계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내가 행복하기를 희망한다면 바로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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