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복
청주사진아카이브도서관장

 

[ 충청매일 ] "기록은 혼자 하는게 아니다." 

 동네기록관 초기부터 분야를 막론하고 기록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하지만 생산자로 민간 기록을 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사전조사를 통해 기록의 대상을 찾아야 하고, 사람을 만나 과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보통 글, 사진, 영상 과정을 복합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고도화된 엔지니어도 필요하다. 장소나 건물 같은 경우도 소유주의 허락이 필요하고, 특히 재생 현장 같은 경우 위험한 환경도 자주 만나게 되어 안전에도 여러 주의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록이 문화가 되고, 나아가 예술이 되어야만 했다. 

 최초로 섭외된 기록 콜렉티브는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를 섭외해 진행했다. 여기에 동네 주민들과 눈높이를 조절해 줄 시민활동가 몇 분이 합류해 협업체계를 만들어 나갔다. 전문가들 비중이 높았던 만큼 형식적인 부분에서 빠르게 진전이 있었다. 다만 이런 구조는 생각보다 쉽게 문제점을 드러냈는데 전문가의 사례비였다. 기록해야하는 양에 비해 인건비는 부족했고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방향을 수정하게 되었다. 

 시민활동가 위주로 그들을 프로듀싱하는 형태로 콜렉티브를 재구축했다. 물론 절대적인 실력 차이는 날 수밖에 없다. 다만 형식보다 내용으로 접근했을 때 오히려 강점이 많았는데, 가장 눈에 띄었던건 애향심과 스스로의 자아실현이었다. 동시대의 공통적인 공감대를 더 빠르게 파악하기도 했고, 친화력도 남달랐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본인이 흠뻑 젖을 만큼 마을과 사람들을 연구하는 활동가도 있었다. 당시 참여자의 동기유발이 무너지면 끝이라고 생각했기에 활동가 요구사항을 대부분 들어주었는데 여러모로 성과가 좋았다.

 물론 어려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국의 수많은 아티스트 콜렉티브는 꾸준하게 지속된 사례를 찾기 어렵고, 협업의 장점이 많은 만큼 사라지는 이유도 다양했다. 일단 시민활동가가 전부 사진가 포지션이라는 것이 큰 어려움이었다. 사진 내 장르를 세분화한다고 해도 촬영된 사진이 겹쳤고, 글이나 동영상을 교육받아 실전에 투입되기도 했지만 새로운 매체를 배우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협업구조에 들어선 참여자의 내적 연대가 강력해 또 다른 참여자가 함께하기 쉽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이런 현상들을 문제로 인식하기 보단 하나의 특징으로 받아들이고, 확장의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들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현재는 청주에서 출발한 기록 콜렉티브는 충북 충주, 충남 아산으로 이어져 활동하고 있다.

 시민활동가 중심의 기록 콜렉티브는 서로 역량을 더해 한 명의 사진가보다 훨씬 뛰어난 일들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렇게해서 나온 결과가 ‘봉명주공아파트’, ‘새싹공원’, ‘사직동 We’ve’ 출판물이었다. 활동을 좀 더 구체화 하기 위해 ‘도시기억아카이브’라는 단체를 설립해 체계화했고, 2023년에는 ‘제1회 도시기억아카이브 사진제’도 개최했다. 

  아카이빙 활동에 콜렉티브는 필수적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인 만큼 그들을 읽어내는 능력도 구체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재원 마련의 대부분이 공공기관의 후원이기 때문에 보편적 시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도 여러 사람의 재능이 필요하다. 출발한지 5년차 되는 기록 콜렉티브 ‘도시기억아카이브’는 올해 두 번째 사진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으로 출발해 기록으로 나아가고 있는 여러 시민활동가들의 결과물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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