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대방을 모욕하고 싸움질할 때마다 ‘개’자가 들어간  ‘욕(辱)’을 곧잘 해댄다. 청소년들이 쓰는 말을 들어보면 이들이 얼마나 심하게 욕을 하는지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개’자가 들어간 욕은 양반에 들 정도다.

우리사회에서 이 같은 막말은 상대방을 얕잡아 부르는 말에서 비롯됐다. 이렇듯 ‘개…’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쓰는 막말이자 심한 욕이 되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 말에서도 개자가 들어가 말은 욕이며 베트남에서도 ‘개자식(Do cho de)’하면 심한 욕이 된다. 아랍인들은 마호메트가 동굴에 숨어있을 때 개가 짖어대는 바람에 발각된 이후부터는 개를 붙여 부르면 심한 욕이 됐다. 또 중국인은 ‘거북(龜)이’, 스페인은 ‘암산양’, 프랑스인은 ‘개구리’, 일본인은 ‘마록(馬鹿:바카야로오)’이 심한 욕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본래의 의미와 뜻이 다른데도 욕으로 굳어진 사례도 많다.

유태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욕은 바로 ‘동그라미’. 이 욕의 기원은 미국인들이 유태인 이민자들을 동그라미로 표시했다는 데에서 시작됐다. 이탈리아인의 ‘Wop’은 나폴리말로 사내답다는 말인데 얼마나 과격했던지 너무 사내답게 여자를 괴롭혀 욕이 됐다.

우리가 흔히 쓰는 ‘양키(Yankee)’란 말도 원래는 존(John)이란 네덜란드 말이었다. 그런데 미국 이민자들을 네덜란드 촌뜨기란 뜻으로 그 의미가 바뀌었고, 미국 독립전쟁때는 영국인이 미국인을 조롱하는 말로, 남북전쟁 때는 북부 미국인을 얕잡아 부르는 남부 미국인의 통칭으로 ‘양키 고우 홈’처럼 미국인들을 얕잡아 보는 말로 굳어졌다. 영어에서 놈은 ‘가이(Gue)’로 히브리말로 유태인이 아닌 사람을 가르켰다. 우리말 놈도 이 사람 저 사람처럼 지칭대명사로 나쁜 의미가 아니었으나 지금은 ‘개놈, 죽일 놈, 썩을 놈, 미친놈, 우라질 놈’ 등 매도하는 말로 굳어졌다. 우리가 놈자의 변화과정을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삼가야할 것은 지도자들의 막말이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이 보다 더한 험악한 욕을 하는 것이 고스란히 TV에 비춰졌기 때문이다. 물론 욕을 듣는 사람보다 욕을 퍼 붙는 사람이 더 상처를 받기 마련이다. 우리 속담에 ‘욕먹는 사람이 명이 길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있지만 그래도 욕먹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근 이효선 경기도 성남시장이 전라도 사람들을 지칭해 놈자가 들어간 막말을 하는 바람에 한나라당으로부터 당원자격이 정지된 데 이어 전라도 향우회 등으로부터 사퇴압력까지 받고 있다. 이처럼 지도자들의 말은 공·사석을 막론하고 말조심을 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막말까지 들을 정도는 아니지만, 정우택 충북도지사가 수천만의 취임식 비용과 관련해서, 엄태영 제천시장과 김동성 단양군수는 수해때 각각 외국방문과 술자리 때문에 구설을 들었다는 점에서 지도자들의 행동과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하지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하기야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워낙 큰 실망감을 앉겨주다보니 놈자가 들어간 막말은 그래도 양반 측에도 못 낄 정도이고 보면 얼마나 더 악랄하게 막말을 뱉어내야 위정자들이 정신을 차릴는지…. 국민들이 거친 욕을 해서라도 이 나라 지도자들을 정신차리게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한바탕 퍼붓고 싶다. ‘북악산, 여의도’에서는 국민들의 막말을 귀 틀어막고 듣는 건 아니겠지.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