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매일]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 공공보험료의 고액 체납자가 올해도 적지 않게 공개됐다. 이중 상당수는 납부 능력이 충분한데도 고의로 체납하는 모양이다. 호화생활을 하면서도 체납액 납부는 이런저런 꼼수로 피하는 걸 보고 있자면 변변찮은 소득에도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는 서민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4대 사회보험료 고액·상습체납자 1만4천457명(건강보험 1만355명, 국민연금 4천96명, 고용·산재보험 6명)의 인적사항을 공개했다. 체납액만 3천706억원이다.

인적사항 공개기준은 납부기한이 1년 경과된 건강보험료 1천만원 이상, 연금보험료 2천만원 이상과 납부기한이 2년 경과된 고용·산재 보험료 10억원 이상이다. 올해 공개자는 지난해(1만6천830)보다 14.1% 줄긴 했지만, 이는 공개기준 강화에 따라 이미 공개된 이들을 제외했기 때문이지 근본적으로 감소한 것은 아니다.

이 중에는 10억∼20억원 미만의 건보료를 내지 않은 이들도 3명이나 있다. 배우 김혜선씨와 래퍼 도끼도 각각 2천700만원, 2천200만원의 건보료를 납부하지 않아 불명예 명단에 올랐다. 가수 조덕배씨는 3천239만원이나 체납했다.

납세 의무를 회피하려는 가진 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체납자 중에는 연간 소득이 1억원이 넘는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과 고액 자산가가 많다고 한다. 체납액 납부를 피하려고 재산을 빼돌리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최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중형세단을 굴리고, 걸핏하면 해외여행을 다니는 이들이 고액 체납자 명단에 오르는 상황을 어찌 해석해야 하는가.

정부는 성실하게 보험료를 내는 서민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실효적인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은 체납액 징수를 위해 사전급여제한, 압류, 공매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미덥지 않다. 그동안의 지지부진한 추징실적으로 봐선 이번 대책도 의례적인 수사(修辭)에 불과하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건보재정은 계속 악화되는 추세다. 게다가 정부는 중증환자의 간병비를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건강보험에서 요양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금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고령화시대에 접어든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정부는 손쉬운 보험료 인상 운운에 앞서 체납자를 발본색원할 대책부터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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