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인구소멸 국가로 치닫는 대한민국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출산율이다. 정부가 지난 15년간 2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저출산 극복에 쏟아부었지만, 성과를 전혀 올리지 못한 난제다. 가임 가능한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해 빚어지는 참담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의미있는 통계가 나와 눈길을 끈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육아휴직 통계’를 보면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 지난해 육아휴직자 수는 19만9천976명으로 전년(17만5천110명)보다 14.2%(2만4천866명) 증가했다.

육아휴직자 중 아빠의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육아휴직자 중 아빠는 5만4천240명으로 전년보다 28.5% 늘었다.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5만명을 넘었다. 아빠 육아휴직 비중도 매년 늘어 통계 집계 첫해인 2010년 2.7%에서 지난해에는 27.1%로 10배 증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엄마의 비중은 육아휴직자 10명 중 7명에 달해 성별 격차가 컸다.

규모가 작은 기업체에서의 육아휴직 사용도 아직은 대기업에 비해 크게 저조했다. 아빠 육아휴직자의 70.1%가 300명 이상이 대기업에서 근무했고, 엄마도 60.0%가 대기업이었다.

육아휴직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나 실제 이용률은 매우 낮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021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 사용자는 여성 21.4명, 남성 1.3명으로 관련 정보가 공개된 1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적다. 육아휴직 이용 기간도 OECD 평균의 17%에 불과하다.

저출산의 원인은 고용과 승진·소득 차별, 그로 인한 내집 마련의 어려움과 아이들의 사교육비 부담 등 미래 삶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의 ‘2022년 신혼부부 통계’를 보면 초혼부부의 45.8%가 자녀를 갖지 않았다. 1년 전보다 무자녀 비중이 0.6%포인트 높아졌다. 자녀 없이 맞벌이하는 신혼부부가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출생률을 높이려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육아로 인해 받는 젊은 부부들의 불이익을 그 이상으로 보완해주는 우리 사회와 정부의 지원과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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