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 충청매일 ] 한 퇴직자의 모임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20여 년간 다닌 회사를 2년 전에 퇴직했다고 한다. 얼마 전에 같이 있던 직원이 모친상을 당했다고 해서 부의금만 보내는 것이 마음에 쓰여 아내와 같이 3시간여를 운전해서 조문을 갔다. 조문하고 식사를 마친 뒤에 상주가 오면 인사나 하고 돌아올 참으로 앉아 있는 데 1시간여가 지나도 오지 않아서 그냥 돌아왔다고 한다. 거의 10여 년 이상 매일 점심과 야근을 같이하고,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부하로부터 작은 인사 한 번 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처럼 아내도 공허한 마음이 들었는지 돌아오는 길엔 어떤 이야기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은 끼리끼리 놀기 위해서 혁신이란 이름으로 판을 다시 짜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명분을 내세우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토사구팽(兎死狗烹)당한 사람들이 끼리끼리 놀기 위해서 신당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난무하다. 여기에 올드보이라는 사람도 불사조가 되겠다고 출판기념회를 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페르디난트 퇴니스(Ferdinand Tonnies)는 사회를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로 부르는 공동사회와 게젤사프트(Gesellschaft)라 하는 이익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공동사회는 가족과 친족, 혈연이나 지연 등과 같은 본질의지에 의해서 구성되고, 이익사회는 국가, 조합, 회사, 정당과 같이 인위적이고 타산적 이해를 바탕으로 구성된다. 

 기업과 정당은 이익사회이다. 이익사회에서 집단에 이익이 되지 않으면 선택되지 않는다. 이익사회의 기본 논리는 토사구팽이다. 토사구팽은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으면 버린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를 공동사회의 논리에서 판단하면 배은망덕(背恩忘德)하다고 한다. 이익사회에서 이를 고깝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착각이다. 

 우리는 아직도 공동사회를 이익사회처럼 생각하고, 이익사회를 공동사회처럼 생각한다. 대기업이 가족 기업화되고, 정당이 사당화되며, 공동사회 집단을 권력화하기 위해서 파벌을 형성한다. 끼리끼리 노는 것은 공동사회가 생존을 위해서 만들어진 인간의 본능이다. 이것을 이익사회에 적용한다면 그 이익사회는 오래가지 못한다. 미국과 독일의 100년 기업은 1만개를 넘어서나 한국의 100년 기업은 10개에 불과하다. 정당정치가 안정화되어 있는 미국, 영국, 독일 등의 정당 이름이 거의 변화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의 정당들은 그 이름을 10년 이상 유지한 경우가 거의 없다. 그 배경에는 이익사회의 집단을 공동사회처럼 생각하고 운영하였기 때문이다. 

  이익사회에서 토사구팽당하지 않는 길은 스티브 잡스가 자기를 버린 기업에 다시 돌아오고, 샘 알트먼이 챗GPT 이사회가 해임 결정을 뒤집도록 한 역량을 가지는 것이다. 이것이 기업이나 정당과 같은 이익사회 집단의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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