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매일]대한의사협회(의협)가 총파업 찬반투표에 한창이다. 지난 11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일정으로 전개되는 이 투표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총파업 여부를 의사들에게 묻는 절차다. 17일 서울 세종로에서 의사 총궐기 대회도 예정돼 있다. 여차하면 실력행사에 들어가 국민과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행동으로 보인다.

의료계 총파업에 국민 대다수가 부정적임에도 의협이 이처럼 초강수로 나오는 것은 그동안의 학습효과에서 얻은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는 국민 염원임에도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의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했다.

특히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4천명 증원을 강행하려다 의료계 총파업에 무기력하게 물러났던 사례는 뼈아프다. 당시는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특수한 상황 탓에 정부가 강경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국민도 어느 정도 감수한 면이 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의협이 3년 전과 같은 판단으로 이번에도 집단행동을 통해 정부를 굴복시키겠다고 나서면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힘으로 풀기보다는 대화와 타협으로 난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의사 공급 확대는 우리나라만 추진하는 게 아니다. 평균수명 연장과 의료 수요가 늘면서 의사 부족 현상을 겪는 나라가 의외로 많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는 오래 전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해 왔다. 미국과 일본의 의사들이 의대 증원에 협조한 것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의 의사 부족 사태는 이들 국가보다 심각하다. 한국 의사 수는 인구 1천명당 2.6명(2021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보다 현저히 낮아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2035년에는 2만7천여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런데도 의대 정원은 18년째 연간 3천58명에 묶여 있다.

지난 12일 대한간호협회가 지역별 의료이용통계를 분석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최근 4년 새 전국 시군구 의료취약지 98곳 중 절반이 넘는 52곳에서 의사 수가 감소했다. 의사들이 서울이나 대도시로 몰리는 탓이다. 소아청소년과·외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인력의 수급 불균형도 위기 수준이지만, 지방 의료 붕괴는 심각하다.

작금의 의료현장 상황을 보면 의사 수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국민 여론이다. 의협은 총파업 운운하며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기보다는 정부와의 실효적인 협상으로 의료체계 붕괴 방지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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