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 충청매일 ] 소신공양(燒身供養)은 자기 몸을 스스로 불살라 부처님께 바침으로써, 중생을 구제하고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큰 공덕(功德)을 쌓을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은 ‘묘법연화경’에서 약왕보살(若王菩薩)이 향유를 몸에 바르고 일월정명덕불(日月淨明德佛) 앞에서 보의(寶衣)를 걸친 뒤 신통력의 염원을 가지고 스스로 자기 몸을 불살랐던 데서 유래한다. 그러나 이는 아무리 종교적인 신성한 행위라 할지라도 세속의 법률적 측면에서 보면 방화에 의한 분신(焚身)이다.

 지난 11월 29일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에 위치한 칠장사에서 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慈乘) 스님이 요사채에서 화재로 입적했다. 칠장사는 궁예·임꺽정·박문수 등 역사적 인물 설화가 있는 유서 깊은 천년고찰이다. 조계종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소신공양 자화장(自火葬)을 했다고 하는데 세속인으로서는 그 극도(極度)에 이르지 못해서인지 생자필명(生者必滅)의 선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석연(釋然)치 않은 부분이 있다. 

 자승 스님이 생전에 미리 남긴 ‘열반송’ 대로 ‘더 구할 것이 없으니 사라지는 구나’한 말은 중생을 지혜와 큰 마음으로 구제하는 종교인으로서 삶을 포기한 일종의 개인적 일탈(逸脫)을 모면하려는 피난처로 밖에 안 보인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소신공양은 ‘삼국유사’에 기록된 신라시대 선덕여왕 때 지귀 설화가 대표적이다. 여왕을 사모한 미천한 신분의 지귀가 여왕이 준 팔찌를 사랑의 징표로 착각하고 상사병(相思病)으로 마음 속에 불이 나서 불귀신이 되어 사회를 혼란시켰다. 이에 선덕여왕이 주문을 지어 지귀를 달랬다는 설화이다. 

 또한 통일신라시대 성덕대왕신종 일명 ‘에밀레종’ 설화가 있다. 갓난 아이를 종을 만들 때 공양하여 종이 울릴 때마다 아이가 어미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나서 ‘에밀레’라고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화는 당시 불교 윤리관으로는 용납될 수 없었고, 비상식적인 잔인한 면이 있다. 그래서 종의 과학적 성분 분석을 한 결과 인체와 관련되는 인(P) 성분이 전혀 없어, 이는 당시의 흉흉한 사회를 은폐하려는 조작된 설화일 가능성이 높다. 근대 소설가 김동리가 지은 ‘등신불’에서는 주인공 만적이 어머니의 죄를 부처님께 탕감받고자 자신을 불살라 부처님께 바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소신공양을 하는 날, 만적의 몸에 불이 붙자 곧바로 억수같이 비가 쏟아진다. 그런데 만적의 몸을 태우는 불은 꺼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맹렬하게 타올랐다. 소신공양이 끝나자 이같은 기적에 감화된 사람들이 숯검뎅이가 되어 버린 만적의 몸에 금을 입혀 등신불로 모셨다는 소설이다. 그리고 1998년 충당 스님이 가평군 감로사에서 평화통일과 중생구제를 소망하며 실제로 소신공양을 한 것이 처음이다. 이어 2010년 문수 스님이 4대강 사업 중지와 평화를 바라며 결행하였고, 2017년 정원 스님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치며 소신공양한 전례가 있다.

 어느 한 스님이 나르시시즘(Narcissism)에 탐닉(耽溺)되어 불살생(不殺生)의 계율을 어기며 소신공양을 했음에도 이를 미화하고 훈장까지 수여함은 지나친 우상화라고 본다. 그러나 어찌되었던 간에 이승을 떠난 자승 스님께서 부디 극락왕생(極樂往生)하시길 발원(發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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