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 충청매일 ] 기원전 245년 전국시대, 조나라 도양왕(悼襄王)은 즉위하자 새로운 인물을 등용했다. 이때 천하 명장 대장군 염파도 자연스럽게 물러났다. 그런데 뜻밖에도 전쟁 경험이 전혀 없는 악승이 대장군에 임명됐다. 이는 악승이 말주변이 뛰어나 도양왕에게 총애를 받았기 때문이다. 염파가 이 소식에 분노했다.

 "간사한 악승이 조나라를 말아먹으려 술수를 부리는구나!" 

 그날 밤 염파가 군대를 몰아 악승의 처소를 공격했다. 악승은 다행히 미리 정보를 전해 듣고 멀리 연나라로 달아났다. 

 염파는 인사 분란의 책임을 지고 위나라로 망명했다. 하지만 위나라 신하들이 경계하여 벼슬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자 염파는 다시 조나라로 돌아가고 싶었다. 마침 진나라가 조나라를 자주 쳐들어와 괴롭혔다. 조나라 도양왕은 경험 많은 장군이 필요했다. 그래서 염파를 떠올려 급히 위나라로 사신을 보냈다.

 "너는 가서 염파가 아직도 체력이 남다른지 알아보라! 사실대로 보고해야 한다." 

 사신이 위나라에 들어가 염파를 만났다. 염파는 사신이 보는 앞에서 무거운 갑옷을 입고 말을 타고 달렸다. 

 이어 말 위에서 창과 칼을 휘두르는데 여전히 빠르고 정교했다. 또 염파는 저녁 만찬 자리에서 사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기 열 근을 뚝딱 먹어치웠다. 

 사신이 이 정황을 사실 그대로 분명히 기록했다. 사신이 귀국하여 조나라 국경에 이르렀을 때, 생각지도 않게 장군 곽개(郭開)가 마중 나왔다. 곽개는 사신에게 천 호의 땅을 바치며 말했다.

 "염파 그 한물간 노인네를 데려와 어디에 쓰겠소? 내 사신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소. 그러니 대왕께 잘 말해주시오." 

 사신이 궁궐에 들어와 도양왕에게 아뢰었다.

 "염파 장군은 늙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앉아 있는 동안 자주 변을 보러 가셨습니다." 

 도양왕이 이 말을 듣자 염파를 지워버렸다. 어쩔 수 없이 전쟁 경험이 없는 호위대장 곽개를 조나라의 대장군으로 삼았다.

 한편 염파는 아무리 기다려도 조나라에서 소식이 없자 크게 실망했다. 그러던 중에 초나라에서 염파를 초청해 장군의 벼슬을 주었다. 염파가 초나라 군대를 이끌고 몇 차례 전쟁을 치렀지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공로가 없으니 염파는 장군의 직위에서 해임됐다. 노년에 염파는 혼자 중얼거리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나는 초나라가 아니라 내 나라 조나라를 위해 싸우고 싶다! 조나라를 위해 이 목숨을 바치고 싶다!" 

 얼마 후 염파는 초나라에서 생을 마쳤다. 조나라의 위대한 장군이 이권 다툼에 밀려나 타국에서 초라하게 숨진 것이다. 이는 ‘전국책(戰國策)’에 있는 고사이다.

 견리망의(見利忘義)란 눈앞의 이익을 탐하여 의리를 저버린다는 뜻이다. 자리를 탐하여 나라의 충신을 해친다거나, 이익에 눈이 멀어 사랑과 우정과 도리를 배신한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행복하려면 도리를 모르는 자를 멀리하라!

aionet@naver.com·유튜브 현문고답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