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매일] 한국의 초저출산은 청년들이 느끼는 높은 ‘경쟁압력’과 고용·주거·양육 측면의 ‘불안’에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현재의 불평등이 미래세대까지 이어질 것으로 비관하면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전국 20~39세 청년 2천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84.9%는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평가했다. 향후 10년간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보다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도 87.4%에 달했다. 절반을 넘는 67.8%는 개인 노력에 의한 계층 이동 가능성이 적다고 봤으며, 83.5%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교육 등을 통해 자녀에게 대물림된다고 응답했다. 또 61.6%의 청년은 자녀 세대의 사회경제 지위가 자신보다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이같은 청년들의 인식에 대해 한은도 ‘이유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은이 지난 3일 발표한 11월 경제전망 중장기 심층연구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를 보면 이런 분석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활용해 가구주 연령별 순자산 지니계수를 산출했는데, 오히려 경제 활동 기간이 길지 않을 20대(0.55)가 40대(0.53)나 50대(0.52)보다 자산 격차가 높게 나타났다. 즉, 청년들은 이미 자신들보다 수십년이나 경제 활동을 더한 중장년층보다 세대 내 자산 격차를 깊게 체감 중인 상황이다. 가족 형성에서 불평등도 관찰됐다. 2020년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특히 남성의 소득이 낮을수록 미혼율이 뚜렷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문제는 청년들의 이러한 불평등 인식이 저출산을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결국 ‘청년’들이 체감하는 높은 ‘경쟁 압력’과 고용, 주거, 양육에 대한 ‘불안’과 관련 있으며 이것이 결혼과 출산의 연기와 포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한국이 저출산·고령화에 정책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2050년대 0% 이하 성장세일 확률이 68%, 2070년 인구 수가 4천만명 이하일 확률이 90%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한국의 인구 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몰고 온 유럽의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저출산 문제는 몇가지 대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정책·제도 여건과 경제·사회·문화 여건 개선을 위한 획기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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