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경우 충북도 바이오정책과 주무관

형경우 주무관.

[충청매일]가을 햇살이 눈부셨던 어느 날, 부서원들과 높은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 충북을 넘어 대한민국 바이오 생태계의 대전환을 가져올 오송 k-바이오 스퀘어 조성 부지를 내려다보기 위해서였다. "여기는 병원이 세워지고, 저쪽에는 카이스트 캠퍼스가 들어서고..." 열정적으로 사업계획을 브리핑했던 담당 주무관과 함께한 모든 이들의 얼굴이 밝게 빛났던 건 따사로운 가을볕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이 놀라운 변화의 주체라는 자부심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K-바이오 스퀘어의 완공된 모습을 상상하던 그때 불현듯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동료들과 높은 곳에 올라 ‘미래’를 내려다볼 때 오버랩됐던 장면은 ‘비열한 거리’라는 영화의 한 신(scene)이다. 거기서도 주인공이 고지(高地)에 올라 앞날을 구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조폭 두목으로 나오는 배우 조인성이 그의 ‘스폰서’ 인 건설업자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재개발 부지가 내려다보이는 오래된 마을 뒷산에서 아파트 신축을 위해 필수적인 지주작업을 의뢰받는데, 이 과업에 대한 보상으로 무려 50억원이라는 거액이 제시된다. 누구나 쉽게 꿈꾸기 힘든 엄청난 돈을 약속받으며 그의 충성심은 한층 두터워지고, 나무랄 데 없는 깔끔한 일처리 능력(폭력을 동반한)을 보여주게 된다.

그러나 이어지는 이야기는 사익을 매개로 한 충성심과 의리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드러내고 있다. 결정적인 약점을 잡힌 주인공은 바닥으로 떨어진 이용가치 때문인지 철저하게 내버려지고, 가족처럼 믿고 지내던 부하 조직원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건달들이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의리’는 결국 이기적 욕망 앞에 쉽게 무릎을 꿇고 마는 허망한 것이 아니던가.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의리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다.

의리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이다. 이를 공무원에게 적용한다면 공무원의 정의와 의무에 대해 말하고 있는 헌법 제7조제1항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공무원이 지켜야 할 도리, 곧 의리는 간단히 말해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다. 공직자의 충성의 대상이 국가와 국민이라는 것은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라는 것. 바꿔 말해 청렴한 삶이 공무원의 본령이자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내 자신이 발전하는 지역사회를 지켜보는 보람과 긍지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공무원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 시간이 흐르며 K-바이오 스퀘어 사업이 점차 무르익어 갈수록 이를 바라보는 나의 청렴의식 또한 점차 높아지길 희망한다. 높은 곳(물리적 위치나 사회적 지위를 포함)에 오를 때마다 눈에 보이는 현상 너머를 공익적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태어나서 발붙여 살아가고 있는 조국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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