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규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 충청매일]한비자(韓非子)의 난세편에 등장하는 창과 방패의 이야기는 마치 정보보호의 상징과도 같다. 초나라의 상인이 무기를 팔며 "이 방패는 튼튼하고 단단하여 이 세상 어떤 창도 뚫지 못한다"고 자랑했다. 그리고나서 창을 들고 "이창은 이 세상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는 무기의 상대적 강약은 상황과 사용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모순이 녹아있는 이야기이다.

이 모순은 현대의 정보보호 상황과도 닮아있다. 창을 든 해커들은 점점 더 정교한 기술을 개발해 보안을 뚫고자 하고, 방패를 든 보안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격을 막기 위해 새로운 방어책을 마련한다. 이 창과 방패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방패가 이길 수 있는 또는 지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내야 한다.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의 삶은 더욱 편리해졌지만, 이에 수반되는 정보 유출과 침해의 위험도 커졌다.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정보보호 이슈로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 지원금, 택배 등을 사칭한 문자 스미싱 공격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우리는 정보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이버 침해사고의 90%가 중소기업에 집중된 만큼 지역 중소기업의 보안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국 10개 권역에 지역정보보호지원센터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충북도에서도 2015년 충북과학기술혁신원에 중부정보보호지원센터를 개소해 충북·대전·세종 중소기업의 컨설팅 및 보안솔루션을 지원하고, 지속적인 정보보호 전문교육을 진행하며 1천5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정보보호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현 정부에서 율곡이이 선생의 10만 양병설을 인용해 ‘사이버보안 인재 10만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사이버보안 신규인력 4만명을 발굴하고, 재직자 6만명의 역량 강화를 목표로 26년까지 정보보호 특성화대학교를 3개에서 10개로, 융합보안대학원은 8개에서 12개로 늘린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 기업의 정보보호 투자 비중이 낮고 인식 또한 낮은 상황이다. 기업들은 ‘우리 회사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정보보호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이는 기업의 피해를 키우고, 국가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정보보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개인과 기업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은 정보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안전한 비밀번호 사용과 백신 프로그램 설치 등 기본적인 보안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기업의 정보보호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기업은 정보보호를 단순 비용으로만 여기지 말고 투자로 인식하여 정보보호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직원들의 정보보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사이버 공격은 기업의 규모나 업종에 관계없이 누구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현실이다. 정보보호는 우리 사회의 안전과 번영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국내 기업의 정보보호 투자인식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보안 투자를 유도하는 제도와 장려책 등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와 기업, 개인 모두가 협력해 창과 방패의 싸움에서 우리 정보와 디지털 생활을 지키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우리 사회는 안전하고 번영하며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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