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자 대전세종 소비자공익네트워크회장

도정자 대전세종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충청매일 이기출 기자] 얼마 전 지인의 아버지가 호흡곤란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가게 되었는데 진단결과 ‘심근경색’으로 응급수술을 하고 일주일간 입원 후 퇴원했다고 한다. 그 지인은 응급수술에 중환자실 입원까지 하였으니 몇 백만 원의 병원비가 나올 거라 걱정했는데 실제로는 비급여를 포함하여 15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지인은 "이렇게 받은 혜택에 비해 본인이 내는 건강보험료가 너무 적은 게 아닌가?"하며 다시한번 건강보험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전 국민 가입을 원칙으로 강제성을 가진 사회보험이다. 때문에 보험료는 개인의 소득과 재산 등에 따라 각각 부담을 한다. 그런데 그동안 일부 고소득 프리랜서 등이 수천만 원의 소득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료를 조정하여 감액 받거나, 피부양자로 등재하여 보험료를 면제받는 악용사례가 많았다.

실제 프리랜서 A씨의 경우 ‘19년 2,000만원의 소득 발생 사실이 ’20년 10월 국세청 자료를 통해 확인되었으나 A씨는 소득 지급처로 부터 계약이 해지되었다고 주장하며 퇴직증명서를 제출하였다. 공단은 A씨 주장을 인정하고 건강보험료를 조정하여 A씨는 배우자인 직장가입자 B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다. 이후 ‘21년 10월 국세청 자료를 통해 A씨가 ’20년 소득이 2,000만 원 있었음이 확인되었으나 공단은 법적인 근거가 없어 A씨의 건강보험료를 소급하여 징수하지 못하였다. A씨는 이와 같이 퇴직증명서를 제출하여 피부양자로 반복 등록하면서 수년 간 보험료를 하나도 내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이유는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부과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직장가입자는 급여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매년 연말정산을 통해 발생한 근로소득 전체에 대해 정산하며, 피부양자는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부과하고 매년 5월 국세청에 전년도 소득에 대해 신고를 하고 연간 확정된 소득을 그해 11월부터 다음해 10월까지 보험료로 부과하여 매년 1~2년의 시차가 발생한다. 이같은 문제 보완을 위해 폐업 등 소득활동 중단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외환위기(IMF) 때부터 ‘조정신청제도’를 도입했다. 문제는 일부 고소득 프리랜서들이 소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정신청을 하거나 허위로 서류를 꾸며 건강보험료를 회피하는데 있다.

그동안 공단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지만 현재의 소득을 파악할 수가 없고 추후 소득을 확인해도 보험료를 재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어 보험료를 소급 징수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편법적인 보험료 회피를 할 수 없게 된다. 오는 11월부터 건강보험료 ‘소득정산제도’가 시행된다.

올해 소득정산제도 시행의 첫 대상자는 지난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 이후인 ‘22년 9~12월 보험료를 조정·정산을 신청한 29만여 명이다. 올 1~12월 보험료를 조정하여 내년 11월 정산대상자는 100만여 명이 될 것으로 예측 된다. 실제 지난해 9월 소득정산제도를 도입하면서 조정 신청건수는 약 33만 건으로 전년 대비 79.1%가 급감했다. 이는 제도 시행만으로도 보험료 조정 악용사례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올해 정산대상이 되는 29만 명은 ’22년 귀속분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이 연계된 이후 조정한 소득금액과 비교하여 추가보험료가 부과되거나 환급될 예정이다. 또한 보험료 조정 후 피부양자로 전환된 대상자들은 정산 결과에 따라 지역가입자로 재적용 될 수도 있다.

국민 소득과 생활수준을 판단하는 대표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 건강보험료가 활용의 중요성만큼 공정성도 담보할 수 있어야 다양한 복지사업에서 불공정 혜택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소득정산제도를 통해 소득에 걸 맞는 공정한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건강보험 혜택과 다양한 복지사업 기준으로 활용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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