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충완 충북도 바이오식품의약국장

 
한충완 충북도바이오식품의약국장.

[충청매일]개봉 전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오펜하이머’란 영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추진된 ‘맨해튼 프로젝트’(원자폭탄 제조 계획)를 주도한 천재 과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다룬 화제작이다. 영화는 여러 가지로 인상적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압권이었던 것은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일심동체가 된 프로젝트 팀원들의 모습이었다.

계획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전공, 출신 지역 및 정치 성향 그리고 핵무기 개발에 따라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관점 등 많은 것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임무가 전쟁의 참상으로 신음하는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는 공통된 신념이 있었고, 이러한 신념을 기반으로 한 집단 지성의 힘은 프로젝트의 성공과 종전(終戰)을 이끌어냈다.

비록 더 많은 이들의 희생을 막기 위함이라 하나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대량살상무기의 제조를 위해서도 과학자들이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인류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일에 있어 관련 공직자들은 마땅히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로 하나돼야 하지 않겠는가? 이는 다름아닌 필자가 몸담고 있는 바이오 분야, ‘K-바이오 스퀘어’ 조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바이오경제는 비약적 성장을 이루어 이제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규모는 3대 산업(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의 합에 육박한다. 미국 백악관 보고서(‘22년 9월)에 따르면 10년 내 기존 제조산업의 30% 이상이 머지않아 바이오 기반으로 대체된다. 그런데 국내 바이오생산규모는 글로벌 시장 대비 1.9%에 불과하고(’21년 기준) 그마저도 의약품·의료기기 분야에 집중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세계 시장에서 유통되는 신약 하나조차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6월 발표된 K-바이오 스퀘어 조성 계획은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일대 혁신을 가져올 쾌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1994년 국내 유일의 생명과학단지가 터잡은 충북 오송은 이제 K-바이오 스퀘어 조성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바이오클러스터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30년 전 바이오의 불모지 오송에서 묵묵히 씨를 뿌려 온 제약·바이오·의료인들의 원대한 꿈이 이제 드높이 비상하려 한다. 충북도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우뚝 서는, 놀라운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완전한 현실이 되기 위해서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관련 기관, 모든 공무원들이 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일이다. K-바이오 스퀘어 조성 계획이 공식화된 후 이를 가시화하기 위해 실무부처의 움직임이 바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2조 원 이상의 사업비에 산·학·연·병·관의 서로 다른 성격의 기관들이 집적되는 대규모 계획이다보니 부처 간 이견이 일부 존재한다.

K-바이오 스퀘어 조성이라는 대형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다양한 의견이 ‘가장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1.1㎢ 스퀘어’를 위한 밑거름으로 작용하길 소망한다. 충북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이 원대한 프로젝트에 많은 이들의 지혜와 노력이 더해지고, 전국민의 관심과 성원이 함께하여 충북 오송이 보스턴 켄달스퀘어를 넘어서는 세계적 명소로 거듭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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