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장사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장사도 법칙을 알아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어디 장사만 그럴까. 남녀간의 연애 작업도 정석을 모르면 실패가 뻔하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 건축가이자 칼럼니스트인 김진애의 ‘남녀열전’이란 책에서 말하는 ‘매력과 쓸모’는 연애의 공식으로 봐도 무방하다. 정말 만나보고 싶다는 느낌이 온다면 그런 남자(여자)는 ‘매력’을 갖는다. 또 일이나 장래를 상대방에게 맡겨보고 싶다는 판단이 든다면 그런 여자(남자)는 ‘쓸모’가 있는 것이다. 장사도 마찬가지다. 상대방(고객)에게 전혀 식상하지 않고 ‘매력과 쓸모’의 가치가 새로이 제공돼야 장사는 성공하기 때문이다.

장사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영화에서도 배울 게 많다. 매출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아 고전하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면 남자 주인공(송일국)이 여자 주인공(손예진)을 꼬시기(?) 위해서 남자의 집으로 초대하는 미장센에 크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실이다. 한쪽 벽면엔 엄청난 장서가 보인다. 사다리가 보인다. 책들이 빽빽하다. 남자는 요리 솜씨를 여자에게 뽐내고자 화면에서 잠시 사라진다. 그 틈을 이용해 여자는 ‘무소유’라는 제목의 베스트셀러를 꺼내든다. 이윽고 남자의 실체가 드러나는 장면. 나중에는 책껍데기는 ‘무소유’이지만 ‘홍차왕자’라는 둘리 도서대여점 소유의 만화라는 게 사실로 밝혀진다.

이 장면에 관심을 갖고서 주목했다. 그리고 무릎을 쳤다. ‘옳거니, 그거야?’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만약 동네에다 커피전문점을 열었다고 치자. 필자라면 북카페로 열 것이다. 그것도 영화처럼 천장의 높이가 되는 매장을 임대해서, 밖에서 볼 적에 잘 보이는 한쪽 공간에다 책장 가득하게 수천권의 책들을 꽂을 것이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진지하게 나의 고객들이 책을 읽는 모습에서 부러움을 느끼겠지만 사실 나의 고객들은 책을 집어든 순간부터 키득키득 즐거워 할 것이다. 물론 책의 껍데기는 세계의 명작이다. 하지만 속은 만화다. 점잖은 체면의 동네 아저씨와 아줌마들은 이런 카페가 생겼다는 입소문을 듣고서 자식들이나 동네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고서 떡하니 창가에 앉을 것이다. 거리가 한눈에 보이는 커다란 창가에서 커피 한잔을 옆에 두고 책을 읽을 것이다. 그러니 필자의 가게는 고객이 마구 몰려올 것이다. 장사가 되는 시나리오가 틀림없다.

음식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맛’이 좋으면 ‘고객’은 온다는 걸 철석같이 ‘정석’으로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착각일 뿐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프랜차이즈의 경우엔 맛에서 50% 이상이 되면 문제없다. 다만, 개인이 운영하는 체제의 독립점포의 경우엔 70% 이상은 돼야 경쟁력이 앞선다. 프랜차이즈는 개인 독립점포 보다는 20% 맛에서 뒤져도 상관없다. 거꾸로 독립점포의 경우 프랜차이즈 보다 20% 이상은 맛에서 자신이 생겨야 된다.

나머지는 장사는 ‘100-1=0’이라는 공식으로 접근해야 된다는 것. 좀 더 공식을 부드럽게 각색하자면 장사=서비스(100-1=0)x가치(매력+쓸모)+고객과의 거리 관계(그냥, 얼굴, 친구, 신자)로 공식을 정리할 수 있다.

백번 잘해도 한번 잘못하면 ‘꽝인’ 게 서비스업의 특징이다. 고객과의 관계에서는 ‘그냥 < 얼굴 < 친구 < 신자’공식으로 갈수록 유리하다. 내가 먼저 친구가 되고자 노력한다면 상대방도 친구를 허락한다. 이게 공식이며 정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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