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공예인 뜨거운 손길을 찾아서] 공예인 부부 김종덕·이미림
김종덕 정크아트 작가 ‘인간과 로봇의 교감-그 쓸쓸하고 따뜻한 이야기’ 주제 탐구
"로봇 통해 차가운 질감의 철 소재의 친근한 느낌 주고파…정서적 교감 메시지 전달"
이미림 모자이치스타, 이탈리아 유학 후 학교·교회 등 건물 일부분 작업 맡아 활동
"오마주 보다 직접하는 디자인 선호…재료 자르는 방법에 따라 작품 분위기 달라져"

 
 
 
 
 
 
 

[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형동리, 운보의 집 맞은편에는 ‘예담아트’라는 간판을 단 카페가 있다. 카페 정원 곳곳에는 세월의 연륜처럼 녹이 슨 정크아트 작품들이 서 있다. 예담아트에는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겸해 생업을 위해 차를 팔고, 한쪽에는 작업실을 두고 틈틈이 작품을 구상한다. 다목적 공간인 셈이다. 정크아트와 도자를 겸하는 김종덕(51) 작가와 모자이치스타 이미림(55) 작가 부부의 공간이다. 2008년 이곳에 터를 잡아 빈 땅에 흙을 붓고 집을 짓기 시작해 몇 년 만에 현재의 모습으로 가꾸었다.

이들 부부가 이곳에 작업실을 마련한 것은 작품활동에 열중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현실은 그들의 일상을 쉽게 놓아 주지 않았다. 몇 년에 걸쳐 공간을 완성하고 나자 환자가 된 부모님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생업에 열중한 나머지 최근 작업을 소홀히 했다며 자책하는 부부는 이제 다시 심기일전해 작품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충북 음성이 고향인 김종덕 작가는 2002년 정크아트에 입문했다. 정크아트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폐품, 쓰레기, 잡동사니 등을 활용한 예술 작품이다. 폐교된 음성군 원남초 문암분교에서 정크아트 작가들과 공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김 작가가 주로 다룬 것은 금속이었다. 농촌에서 사용하고 버린 경운기와 폐차장의 자동차, 오토바이 등이 작업의 재료다. 이 금속을 해체하고 분해해 자신이 만들고 싶은 형태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때로는 로봇이 되고, 하늘을 향해 승천하는 용,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이 되고, 혹은 조형성을 가미한 물고기가 되기도 한다.

정크아트로 서울 가나아트센터 포럼스페이스(2006)에서 ‘인간과 로봇의 교감-그 쓸쓸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 무렵 작가는 영화적 상상력과 영상의 힘에 주목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받은 영감은 강인한 근육질 로봇으로 재탄생했으며 가족 로봇을 만들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군인 로봇은 전쟁과는 거리가 먼 천진함과 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율동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로봇은 인간의 부속품으로 만들어졌지만 영화 속에서의 로봇은 인간사회를 멸망에 이르게 하기도 합니다. 차가운 질감의 철이라는 소재가 다양한 형태의 변화와 질감의 표현으로 관객들이 친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인간과 로봇이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죠."

이후 작가는 대한민국로봇대전, 예천엑스포특별전시 초대전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함평나비축제, Hi서울국제페스티벌 서울광장, 정크아트 파크(2008, 장흥)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처럼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다 주춤하게 된 이유는 재료 구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경운기 등 필요한 재료를 얻기 위해서는 통째로 구입해 해체작업은 별도로 전문가에 의뢰해야 한다. 그 과정이나 비용이 만만치 않다.

"정크아트가 재미있고 잘 맞았습니다.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재료를 구하지 못하는 게 가장 힘든 부분이죠. 작업의 방향을 도예로 바꿨습니다. 손작업을 좋아했기에 도예도 잘 맞았습니다. 물레를 배우고 흙의 성질을 공부하며 늦게 시작한 만큼 남들과 다른 것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도예로 공모전에 출품해 입상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가 주로 작업하는 형식은 흙이 마르기 전 가마에 넣어 트임이 나도록 하는 것이다. 항아리 형태는 위에서 누른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기다.

김종덕 작가와 협업하다 만나 결혼하게 된 이미림 작가는 중앙대학교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모자이크 작업이 좋아 2000년에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이탈리아 SMF(Scuola Mosaicisti del Friuli) 디플로마 과정을 수료하고 6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주로 학교와 교회 등 건물에 일부 공간을 맡아 모자이크 작업을 하는 일이다.

이 작가는 금속과 도자기, 색유리, 대리석 등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지만 자연적인 느낌의 대리석 질감을 선호한다. 가끔 명화 등을 오마주 하기도 하지만 디자인은 직접 하는 편이다.

작업에 임할 때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구상하고, 소재를 결정, 방향성을 잡아간다. 재료의 조각을 잘라 사용하다 보니 자르는 방법이 가장 중요하다. 거칠게 자를 것인가, 차분하게 자를 것인가에 따라 기법이나 높낮이 리듬감, 음영 등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모자이크는 스케일이 아주 작은 것부터 대형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남편의 작업에 협업형식으로 참여한 경우도 많았죠. 어떤 건물이나 조형물에 포인트를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모자이크 작업에 따라 작품 분위가 달라지는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 작가는 2008년 충북 증평읍 갤러리 두울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작업의뢰가 들어오면 완성해 납품하거나 공공미술 프로젝트 작업, 단체전 등에 참여하고 있다. 부부가 공동으로 협업한 작품으로 충북 증평읍 ㈜NH 한삼인 정문 조형물과 강원도 횡성축협본점 상징조형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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